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 전경/ 사진제공=뉴스1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등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 포티스의 발행주식 총수는 지난해 말 9910만여주에서 올해 들어서만 7533만여주가 늘어 1억7440만주가 됐다. 2018년 이후 4회에 걸쳐 발행한 600억원 상당의 CB의 전환청구권이 올해 들어 대거 행사된 탓이다.
최근 3년간 개인 및 저축은행 등이 장내외 거래를 통해 CB를 사고팔면서 지분변동 공시만 수십 여 개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3월에는 23%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이노그로스가 지분 전부를 장내매각 했음에도 포티스는 "변경된 최대주주를 현재 확인할 수 없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포티스뿐 아니라 올해 들어 CB 전환청구권 행사로 전년말 대비 주식 수가 10% 이상 늘어난 기업만 33곳에 이른다. 포티스를 비롯해 발행주식 수가 30% 이상 늘어난 곳만 10곳에 달한다.
스테인레스 강관사업 등을 영위하는 코센도 지난해 말 7028만여주였는데 이달까지 행사된 물량이 모두 상장될 경우 주식 수는 1억1500만여주(+64.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류AI센터(+49.1%, 이하 전년말 대비 주식수 증가율) 상상인인더스트리(+47.5%) 세미콘라이트(+47.1%) 비디아이(+46.2%) 이에스브이(+42.5%) 블러썸엠앤씨(+35.7%) 등도 올해 전환청구권 행사로 주식 수가 대폭 늘어났거나 늘어날 예정인 종목들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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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청구권 행사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 기존에 부채로 잡혀 있던 CB가 자기자본으로 전입돼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데다, 이자비용이 줄어들어 회사로부터의 자금유출 규모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해당 CB가 장내외 거래를 통해 유통되거나 만기 전 조기상환 또는 전환청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지배주주가 갑자기 바뀌거나 대량의 물량이 매물로 쏟아져 주가를 억누르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앞선 사례처럼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대거 희석되는 것도 부작용 중 하나다.
전환청구권 행사 건수는 매년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 건수는 2013년 43건, 2014년 52건에서 2015년 210건, 2016년 293건, 2017년 431건, 2018년 589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에만 역대 최다 건수인 745건의 전환청구권 행사 건수가 공시됐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관련 공시 건수는 394건으로 전년 동기(356건) 대비 11% 가량 더 많은 상태로, 현 수준대로 진행되면 다시 한 번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주식 물량 폭탄이 더 쏟아진다는 얘기다.
최근 발행된 대부분의 CB는 사모 방식으로 나왔다. 사모 CB는 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만기까지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직 전환청구권 행사기간이 도래하지 않은 물량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연도별 CB 발행 규모는 2015년 1조7985억원(공시기준)에서 2018년 5조3013억원, 2019년 4조286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이들 중 일부는 만기 전 상환 등의 형태로 소멸이 됐지만, 상당 부분이 포티스 등의 경우처럼 주식으로 전환이 됐거나 전환이 예정돼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8년 코스닥벤처펀드(코벤펀드)를 통한 코스닥시장 자금공급이 정부 차원에서 본격화되면서 코스닥에 대규모 자금이 공급됐고,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채권 형태로 풀렸다"며 "당시 자금이 넘쳐나던 상황에서 자금이 꼭 필요치 않은 기업들에게도 자금이 대거 공급되면서 지금과 같은 전환청구권 행사 급증 등에 따른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환청구권 행사보다도 만기 또는 만기 이전 약정된 기일에 대규모로 상환청구가 들어오는 경우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실적 부진 등으로 재무상태가 불안정한 기업에서 한꺼번에 자금이 유출될 경우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2018년 4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벤펀드 투자자에게 대규모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코벤펀드 자금이 코스닥에 유입될 수 있도록 운용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8년 당시 코벤펀드의 총 판매액은 약 3조원으로, 이중 공모펀드에 투입된 8000억원 가량을 제외하면 2조2000억여원 정도가 사모펀드로 추정된다. 이 사모펀드로 풀린 자금 중 상당 규모는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형 펀드 운용사들이 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