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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CB발행 후폭풍, 10% 지분이 1.4% 짜리가 됐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0.06.1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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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 전경/ 사진제공=뉴스1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지난 수년간 코스닥시장에서 CB(전환사채) 발행이 폭증한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CB 전환청구권 행사로 종전 발행주식 총수 대비 10% 이상 주식이 늘어난 곳들이 줄을 잇고 있다. 기존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물론이고 최대주주 지배권마저 흔들리는 모습도 눈에 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등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 포티스의 발행주식 총수는 지난해 말 9910만여주에서 올해 들어서만 7533만여주가 늘어 1억7440만주가 됐다. 2018년 이후 4회에 걸쳐 발행한 600억원 상당의 CB의 전환청구권이 올해 들어 대거 행사된 탓이다.

2006년 9월 설립된 포티스는 2015년 7월 처음으로 CB를 발행한 이후 지난해까지 23회에 걸쳐 총 1420억원 가량의 CB를 발행해왔다. 이 중 1000억원 이상이 2018년 이후 발행됐다. 2017년 6월부터 CB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발행주식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7년 1분기 말 기준으로 포티스 발행주식 총수는 2444만7000여주였는데 당시 10%(244만4700여주)를 보유한 주주가 이후 추가매수를 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해당 주주의 현재 지분율은 1.4%로 확 줄어든다.



최근 3년간 개인 및 저축은행 등이 장내외 거래를 통해 CB를 사고팔면서 지분변동 공시만 수십 여 개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3월에는 23%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이노그로스가 지분 전부를 장내매각 했음에도 포티스는 "변경된 최대주주를 현재 확인할 수 없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최근 포티스가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한 결과 확인한 최대주주는 글로벌 IB(투자은행)인 CS(크레디트스위스)였는데 CS의 보유 지분율은 단 0.8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최대주주가 누군지 파악하는 데에 3개월이 걸릴 정도로 주주구성이 복잡하다는 얘기다.

포티스뿐 아니라 올해 들어 CB 전환청구권 행사로 전년말 대비 주식 수가 10% 이상 늘어난 기업만 33곳에 이른다. 포티스를 비롯해 발행주식 수가 30% 이상 늘어난 곳만 10곳에 달한다.

스테인레스 강관사업 등을 영위하는 코센도 지난해 말 7028만여주였는데 이달까지 행사된 물량이 모두 상장될 경우 주식 수는 1억1500만여주(+64.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류AI센터(+49.1%, 이하 전년말 대비 주식수 증가율) 상상인인더스트리(+47.5%) 세미콘라이트(+47.1%) 비디아이(+46.2%) 이에스브이(+42.5%) 블러썸엠앤씨(+35.7%) 등도 올해 전환청구권 행사로 주식 수가 대폭 늘어났거나 늘어날 예정인 종목들에 이름을 올렸다.

전환청구권 행사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 기존에 부채로 잡혀 있던 CB가 자기자본으로 전입돼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데다, 이자비용이 줄어들어 회사로부터의 자금유출 규모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해당 CB가 장내외 거래를 통해 유통되거나 만기 전 조기상환 또는 전환청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지배주주가 갑자기 바뀌거나 대량의 물량이 매물로 쏟아져 주가를 억누르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앞선 사례처럼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대거 희석되는 것도 부작용 중 하나다.

전환청구권 행사 건수는 매년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 건수는 2013년 43건, 2014년 52건에서 2015년 210건, 2016년 293건, 2017년 431건, 2018년 589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에만 역대 최다 건수인 745건의 전환청구권 행사 건수가 공시됐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관련 공시 건수는 394건으로 전년 동기(356건) 대비 11% 가량 더 많은 상태로, 현 수준대로 진행되면 다시 한 번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주식 물량 폭탄이 더 쏟아진다는 얘기다.

최근 발행된 대부분의 CB는 사모 방식으로 나왔다. 사모 CB는 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만기까지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직 전환청구권 행사기간이 도래하지 않은 물량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연도별 CB 발행 규모는 2015년 1조7985억원(공시기준)에서 2018년 5조3013억원, 2019년 4조286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이들 중 일부는 만기 전 상환 등의 형태로 소멸이 됐지만, 상당 부분이 포티스 등의 경우처럼 주식으로 전환이 됐거나 전환이 예정돼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8년 코스닥벤처펀드(코벤펀드)를 통한 코스닥시장 자금공급이 정부 차원에서 본격화되면서 코스닥에 대규모 자금이 공급됐고,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채권 형태로 풀렸다"며 "당시 자금이 넘쳐나던 상황에서 자금이 꼭 필요치 않은 기업들에게도 자금이 대거 공급되면서 지금과 같은 전환청구권 행사 급증 등에 따른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환청구권 행사보다도 만기 또는 만기 이전 약정된 기일에 대규모로 상환청구가 들어오는 경우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실적 부진 등으로 재무상태가 불안정한 기업에서 한꺼번에 자금이 유출될 경우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2018년 4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벤펀드 투자자에게 대규모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코벤펀드 자금이 코스닥에 유입될 수 있도록 운용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8년 당시 코벤펀드의 총 판매액은 약 3조원으로, 이중 공모펀드에 투입된 8000억원 가량을 제외하면 2조2000억여원 정도가 사모펀드로 추정된다. 이 사모펀드로 풀린 자금 중 상당 규모는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형 펀드 운용사들이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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