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9월 설립된 포티스는 2015년 7월 처음으로 CB를 발행한 이후 지난해까지 23회에 걸쳐 총 1420억원 가량의 CB를 발행해왔다. 이 중 1000억원 이상이 2018년 이후 발행됐다. 2017년 6월부터 CB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발행주식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7년 1분기 말 기준으로 포티스 발행주식 총수는 2444만7000여주였는데 당시 10%(244만4700여주)를 보유한 주주가 이후 추가매수를 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해당 주주의 현재 지분율은 1.4%로 확 줄어든다.
최근 포티스가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한 결과 확인한 최대주주는 글로벌 IB(투자은행)인 CS(크레디트스위스)였는데 CS의 보유 지분율은 단 0.8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최대주주가 누군지 파악하는 데에 3개월이 걸릴 정도로 주주구성이 복잡하다는 얘기다.
스테인레스 강관사업 등을 영위하는 코센도 지난해 말 7028만여주였는데 이달까지 행사된 물량이 모두 상장될 경우 주식 수는 1억1500만여주(+64.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류AI센터(+49.1%, 이하 전년말 대비 주식수 증가율) 상상인인더스트리(+47.5%) 세미콘라이트(+47.1%) 비디아이(+46.2%) 이에스브이(+42.5%) 블러썸엠앤씨(+35.7%) 등도 올해 전환청구권 행사로 주식 수가 대폭 늘어났거나 늘어날 예정인 종목들에 이름을 올렸다.
전환청구권 행사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 기존에 부채로 잡혀 있던 CB가 자기자본으로 전입돼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데다, 이자비용이 줄어들어 회사로부터의 자금유출 규모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해당 CB가 장내외 거래를 통해 유통되거나 만기 전 조기상환 또는 전환청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지배주주가 갑자기 바뀌거나 대량의 물량이 매물로 쏟아져 주가를 억누르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앞선 사례처럼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대거 희석되는 것도 부작용 중 하나다.
전환청구권 행사 건수는 매년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 건수는 2013년 43건, 2014년 52건에서 2015년 210건, 2016년 293건, 2017년 431건, 2018년 589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에만 역대 최다 건수인 745건의 전환청구권 행사 건수가 공시됐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관련 공시 건수는 394건으로 전년 동기(356건) 대비 11% 가량 더 많은 상태로, 현 수준대로 진행되면 다시 한 번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주식 물량 폭탄이 더 쏟아진다는 얘기다.
최근 발행된 대부분의 CB는 사모 방식으로 나왔다. 사모 CB는 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만기까지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직 전환청구권 행사기간이 도래하지 않은 물량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연도별 CB 발행 규모는 2015년 1조7985억원(공시기준)에서 2018년 5조3013억원, 2019년 4조286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이들 중 일부는 만기 전 상환 등의 형태로 소멸이 됐지만, 상당 부분이 포티스 등의 경우처럼 주식으로 전환이 됐거나 전환이 예정돼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8년 코스닥벤처펀드(코벤펀드)를 통한 코스닥시장 자금공급이 정부 차원에서 본격화되면서 코스닥에 대규모 자금이 공급됐고,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채권 형태로 풀렸다"며 "당시 자금이 넘쳐나던 상황에서 자금이 꼭 필요치 않은 기업들에게도 자금이 대거 공급되면서 지금과 같은 전환청구권 행사 급증 등에 따른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환청구권 행사보다도 만기 또는 만기 이전 약정된 기일에 대규모로 상환청구가 들어오는 경우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실적 부진 등으로 재무상태가 불안정한 기업에서 한꺼번에 자금이 유출될 경우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2018년 4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벤펀드 투자자에게 대규모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코벤펀드 자금이 코스닥에 유입될 수 있도록 운용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8년 당시 코벤펀드의 총 판매액은 약 3조원으로, 이중 공모펀드에 투입된 8000억원 가량을 제외하면 2조2000억여원 정도가 사모펀드로 추정된다. 이 사모펀드로 풀린 자금 중 상당 규모는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형 펀드 운용사들이 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