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 하루 30조...진화한 개미들 어떤 종목 담았나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한정수 기자 2020.06.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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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지형도가 바뀐다]④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경 /사진=국민은행 제공KB국민은행 딜링룸 전경 /사진=국민은행 제공


#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다. 증권사 계좌를 만들고 직접 주식 투자를 한 지 이제 2개월 남짓, 주변 친구들의 추천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스포츠나 게임 이야기만 하던 친구들이 요새는 모일 때마다 주식 이야기를 한다"며 "관심이 없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식 시장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이씨 같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증시에 돈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주식 거래대금은 하루에만 3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거래량도 어마어마하다. 펀드에 넣어둔 수천 만원을 환매해 직접 투자에 나선 이들,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거나 신용융자를 받아 투자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레버리지, 인버스 등 고위험군 상품에도 돈이 몰린다.



주식 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마땅히 돈을 둘 곳이 없어서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세계 주요국들이 너도나도 제로금리를 선언하면서 유동성이 크게 늘었지만 투자처가 좁아졌다. 기껏해야 1~2%에 불과한 은행 예·적금도, 규제가 확대되고 있는 부동산도 매력이 떨어진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람이 몰리자 자연스레 돈이 몰렸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연령대에 걸쳐 계좌 개설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식에 큰 관심이 없던 젊은 층의 변화가 눈에 띈다.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으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비대면계좌 수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2배 증가했다. 개설 고객의 연령대는 20대가 32%, 30대가 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과거 2년간 신규유입 고객 중 22.9%를 차지했던 20대 고객 비중이 올해 26.5%로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3187만2476개로 지난 5월 기준 경제활동인구(2820만명) 수를 훌쩍 넘어섰다. 언제든 주식 투자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자금은 168조원 상당이다. 투자자예탁금, 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신용융자 잔고 등을 모두 더한 수치다. 이는 지난 2월 말에 비해 20조원 이상 늘었다.

일일 거래대금, 회전율도 모두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산한 일일 거래대금은 지난 3월부터 꾸준히 15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11일에는 무려 30조4955억원이 거래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10조원 안팎이던 예년에 비해 거래액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월별 회전율도 각각 10%와 80% 이상으로 평년대비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진화하는 개미들, 어떤 주식 사왔나
폭락장이 시작된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우량주 매수에 열을 올렸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78,500원 ▲3,000 +3.97%)를 무려 5조3954원어치 순매수했고 현대차 (251,000원 ▲1,500 +0.60%)(1조1624억원), SK하이닉스 (179,600원 ▲8,600 +5.03%)(8715억원), 삼성SDI (420,500원 ▲13,500 +3.32%)(5708억원) 등을 사들였다.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삼성전자 등 대형주 투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과 반등을 시작한 2009년 삼성전자는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뛰어넘었다. 이 같은 학습 효과가 주린이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이 밖에 조금 더 똑똑해진 개미들은 추가 폭락을 기대하며 증시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인버스 상품에도 큰 돈을 투자했다. 지난 3월부터 2개월여간 'KODEX 200선물인버스2X (2,110원 ▼85 -3.87%)' 상품에 2조원이 몰렸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한 유가의 반등을 기대하며 'KODEX WTI원유선물(H) (16,050원 ▲245 +1.55%)'에도 1조6000억원을 쏟아부었다.

폭락세가 진정된 5월부터 개인들은 성장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NAVER (182,800원 ▲2,700 +1.50%), 카카오 (47,900원 ▲400 +0.84%) 등 언택트(Untact·비대면) 관련주와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 같은 제약·바이오주 투자가 늘어났다. 개인들은 NAVER를 538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삼성전자(5297억원) 보다 많은 주식을 사들였고 카카오(3449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2316억원) 등에도 매수세가 집중됐다.

특히 최근에는 코스닥 스몰캡(소형주)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몇 개월 주식 시장을 경험한 개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나선 것이다. 지난달 이후 개인들의 코스닥 시장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5G 장비주인 케이엠더블유 (14,310원 ▲330 +2.36%), 카지노 업체 파라다이스 (14,650원 ▼30 -0.20%) 등이 포함돼 있다.

외국인과 기관에 휘둘리던 개미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개인들은 주식 관련 유튜브, 서적 등을 통해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스터디 모임도 크게 늘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저가 우량주, 코로나19 관련주, 경기 민감주 등의 순서로 매수해 온 개인 투자자들의 모습을 보면 발전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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