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허츠'에 개미 몰렸다…"휴지 돼도 좋으면 더 사세요"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6.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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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보호 절차 진행 중인 기업이 신주발행 나선 것 이례적…"주식 휴지조각 될 수 있다" 경고

/사진=AFP/사진=AFP


파산보호 절차가 진행 중인 미국 렌터카업체 '허츠(Hertz)'가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파산 보호에 따른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언제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허츠는 이날 당국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5억달러(약 6077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파산보호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이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파산 보호를 신청한 기업의 주식은 대개 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주식 발행은 선택 가능한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허츠는 지난 12일 델라웨어 파산법원에서 최대 2억5000만주 신주 발행을 통한 10억달러 자금 마련 계획을 승인받았다.

파산보호 절차가 진행 중인 허츠가 신주 발행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최근 허츠의 주가가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허츠 주가는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나흘 뒤인 지난달 26일 주당 40센트로 바닥을 친 뒤 빠르게 올랐다. 미국의 개미 투자자들이 무료 주식거래앱 '로빈후드'를 통해 허츠 주식 저가 매수하면서다. 로빈후드를 통해 허츠 주식을 보유한 이들은 지난 10일 기준 15만9000명으로 한달 새 4배 이상 늘었다. 이에 허츠의 주가는 지난 8일 기준 장중 6.13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투기 광란의 이면에는 연준의 시장 안정을 위한 강제적인 조치, 경기 회복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 시장에 처음 진출한 신규 개인 투자자의 강한 위험 선호 현상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허츠는 이날 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허츠는 채권자 등 채권 선순위자들이 채권을 완전히 변제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주식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허츠 주식 매수에 몰린 개인 투자자들에게 미리 경고를 날린 셈이다. 허츠의 최대 채권자는 IT기업 IBM과 공유차업체 리프트로 알려졌다.


허츠는 앞서 지난달 22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업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1918년 미국 시카고에서 설립된 허츠는 미국 내 2위 렌터카 업체였지만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크게 줄면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한달 만에 전세계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73%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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