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기술수출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15년 한미약품 (333,000원 ▼9,000 -2.63%)이 조 단위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다. 앞서 1999년 동아제약과 미국 스티펠 간의 기술수출이 처음 체결된 후 종종 기술수출 사례가 나왔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당시 제약업계는 제네릭(복제약) 판매만으로 성장이 가능해 적극적으로 신약을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 약가 인하가 시행되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부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약을 개발해도 업체들이 들인 비용만큼 수익을 얻기 힘들었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은데다 신약 약가도 낮게 책정된 탓이었다. 실제로 국산신약 30개 중 지난해 기준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제품은 7개뿐이다.
K바이오, 자본력·인지도 약점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 중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진행할만한 자금력을 가진 곳은 없다"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하고, 그로 인한 수익으로 R&D 재투자를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중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곳은 7곳뿐이다.
글로벌 인지도가 낮고, 해외 영업망이 없는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술수출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신약을 미국, 유럽 등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허가, 생산시설, 영업망 등을 갖춰야 한다. 반면 기술수출 후에는 이러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 기술수출 후 제품이 해외에 판매되면 그만큼 기술을 판 업체의 글로벌 인지도도 높아진다.
"도약 위해서 블록버스터 의약품 만들어야"
다만 업계에선 기술수출은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자체 신약개발 역량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술수출은 기술을 사간 회사의 상황에 따라 계약이 취소되거나 임상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궁극적으로 K바이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체 신약개발이 필수적이다. 블록버스터 의약품 하나가 단숨에 기업을 글로벌 제약사로 만들 수 있어서다. 미국 길리어드의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는 2014년 매출 103억달러(약 12조원)를 기록했고, 덕분에 길리어드는 글로벌 제약사 9위에 올랐다.
국내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R&D 인력을 보유한 만큼 역량을 집중할 경우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K-바이오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 높은 의약품을 자체 개발하고 이로 인한 수익을 온전히 얻어야 한다”며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국내 업체들이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