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추가지원 예비동작…HDC현산 인수 재협상 악영향?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0.06.1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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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제33기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제33기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아시아나항공 (10,530원 ▼280 -2.59%)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자금지원을 받기 위한 준비 절차에 나섰다. 문제는 인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15,980원 ▲80 +0.50%)이 아시아나항공의 행보에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HDC현산은 현재 채권단측에 직접 인수조건의 전면 재협상을 요청한 상태다.

15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 총수와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를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발행 주식총수는 8억주에서 13억주로 늘어나게 됐으며 CB 발행한도는 기존 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COVID-19)' 영향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실상 채권단으로부터 금융지원을 원활하게 받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앞서 아시아나항공에게 약속한 1조7000억원의 긴급자금 중 5000억원을 영구 CB를 사들이는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상태다. 그럼만큼 발행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를 대비해 실제 지원 규모보다 여유를 두고 발행한도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행가능주식총수 확대도 향후 CB의 주식전환권 행사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HDC현산이 참여하는 유상증자에 대비해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발행주식총수를 6억주에서 8억주로 확대했다.

이를 위한 유상증자는 당초 4월 7일 예정됐지만 3월말 HDC현산이 자금납입일을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정정하는 공시를 내면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인수지연으로 자본확충이 더욱 급박해진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이번 주총 결정은 사실상 불가피한 행보다. 문제는 앞서 HDC현산이 이같은 행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HDC현산은 지난 9일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발생했다"며 채권단과의 전면적인 인수조건 재협상을 요청했다.


HDC현산은 1조7000억원의 추가차입 및 차입금의 영구CB 전환 등도 통보만 했을 뿐 사전동의를 없이 추진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자료 제공도 수 차례 요구했으나 아시아나항공측이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게 HDC현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뒤늦게 "인수준비단 및 경영진이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제공했다"며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HDC현산의 이같은 행보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포기하기 위한 '핑계찾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안그래도 너무 높은 인수가로 부담이 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전체가 최악의 상황이 빠진 만큼 계약금으로 지불한 2500억원을 포기하고 인수를 접는게 낫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항공업계 시황이 최소 올해까지 정상화되기 힘든 상황인 만큼 인수 전 충분한 정리가 선행되길 바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직원수는 9119명으로 HDC현산 직원수인 1673명의 5배를 넘어선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급여 반납이나 무급휴직 등의 자구책이 시행 중이지만 인수자 입장에서는 만족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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