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후 기술수출 계약 9조 증발=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관련 기술수출이 본격화된 2015년 이후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 건수는 공개된 것만 50건을 넘는다. 해마다 10건 안팎의 계약이 체결된다.
기술수출 중단 사례는 한미약품이 4건으로 가장 많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가 당뇨병 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 등에 대한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3조원 이상이 날라 갔다. 2015년 계약 체결 당시 계약금액은 39억유로(5조1845억원)였다. 이외에 미국 얀센과 일라이릴리,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도 해지됐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그동안 기술수출을 통해 성장해왔다. 신약 개발은 하나의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까지 1000억~2000억원의 개발비가 들고 추가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지속성장 비용이 든다. 글로벌에서 이 같은 능력을 보유한 회사는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존슨앤존슨, 사노피, 암젠 등 손에 꼽는다. 일례로 화이자의 연구개발(R&D) 비용은 5조~10조원이지만 국내 정부 정책자금과 전체 제약사의 R&D 비용은 다 합쳐 2조원에 못 미친다.
기술수출 중도 해지는 이 같은 성장 과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형 제약사 한 관계자는 “여러 후보물질 중 신약으로 성공하는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며 “숱한 실패 사례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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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상 초유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한미약품과 파트너사인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의 핵심 인물들이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국 제약산업 공동컨퍼런스' 행사장에 함께 참석했다. 빈휘 니 사노피 아시아·태평양 연구전략·파트너링 사업부 총괄대표와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마이클 마크 베링거인겔하임 연구개발사업부 부사장(좌측부터)이 '오픈이노베이션'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제약협회
일례로 글로벌 제약기업과의 공동연구 사례에 대한 지원이다. 정부가 신약개발을 육성하기 위해 메가펀드를 조성한다면 이 돈을 빅 파마와 손잡은 기업에 지원하는 식이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자동차와 반도체의 성장 방식처럼 우리 기업이 빅 파마로 성장하려면 그들의 노하우를 가까이서 배워야 한다”며 “연구, 임상 등에 빅 파마와 공동투자하고 지분을 일부 보유하는 기업에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재 정부의 R&D 지원 기준을 보면 지분의 절반 이상을 우리 기업이 보유해야 한다. 이 지분 기준을 30% 이하로 낮춰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외 기업과의 기술수출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국내 기업간 기술거래에 적용하고 있는 세제 혜택을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계약에도 확대해주면 자체 혁신신약 개발의 원동력이 생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R&D에 지속 투자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장기적 지원과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