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려도 투자 늘리자' 脫석탄이 LNG생태계 룰 바꿨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최민경 기자 2020.06.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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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내려도 투자 늘리자' 脫석탄이 LNG생태계 룰 바꿨다


가격은 바닥을 기는데 LNG(액화천연가스) 투자는 늘어난다. 수요가 줄고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도 멈추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탈(脫)석탄'이 액화천연가스(LNG) 산업 생태계의 통념을 바꿔놓은 것이다.



코로나19(COVID-19)로 LNG 가격이 급락했지만 조선업계에는 LNG선 계약 특수가 이어진다. 발전업계도 앞다퉈 투자에 나선다.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권의 '탈석탄-LNG전환' 본격화에 대한 장기적 기대감 덕이다.

가격·수요 꺾여도 간다
15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올해 국내 LNG 발전과 석탄발전 연료비의 차이는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30.49원으로 통계가 시작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발전용 유연탄에 대한 세금이 인상된 반면 LNG 세금은 내린 원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LNG 가격 자체가 크게 꺾인 것이 배경이다.

통상 국내 LNG 도입가격과 연동하는 일본경제산업성 고시 LNG 수입 가격의 지난 5월 평균치는 MMBtu(25만㎉를 낼 수 있는 가스양) 당 2.2달러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지난 1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코로나19 충격이 가격 추락을 부추겼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전 세계 LNG 수요가 4%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규모 LNG 가스전 개발은 예정대로 추진된다. 카타르가 대표적이다. 카타르는 노스필드 가스전의 LNG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7700만톤 수준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늘리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코로나19로 계획 변경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최근 LNG선 대규모 계약으로 계획에 차질이 없음을 입증했다. 러시아와, 모잠비크도 LNG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LNG 수요, 가격 후퇴에 따른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이 일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탈석탄 과실 한국으로
업계는 가격이 꺾여도 투자가 늘어나는 기현상의 배경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탈석탄-LNG전환을 꼽는다. 세계 2, 3위 LNG 수입국 중국과 한국이 석탄 발전을 LNG로 전환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수입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IEA는 특히 2025년이면 중국의 수입 규모가 현재의 세 배로 급증해 일본을 누르고 세계 최대 수입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현재 39.7GW 수준인 LNG발전설비를 2034년 60.6GW까지 늘린다. 탈석탄 흐름을 탄 장기적 LNG 수요 증가 전망이 현재의 단기적 가격, 수요 위축 우려를 뒤덮은 셈이다.

'통념 파괴'의 열매는 국내 LNG 산업 생태계로 떨어진다. 수주부진에 배 한 척이 아까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카타르발 100척 이상 LNG선 계약을 넘어 러시아와 모잠비크에서 추가 수주가 유력한 상태다.

에너지업계는 LNG시대 개막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포스코그룹은 'LNG 개발-터미널-트레이딩-발전'을 모두 아우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을 추진 중이다. LNG 도입 및 트레이딩 업무는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전담하고, LNG터미널과 발전은 포스코에너지가 담당하는 구조로 사업 진용을 짜고 있다. SK E&S는 지난 3월 호주 LNG 인프라 투자를 위해 다윈 LNG 프로젝트 지분 25%를 3452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최근 LNG 가격 하락 자체도 LNG발전소에는 연료비 절감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며 "다만 한전에 납품하는 전력도매가격(SMP) 역시 떨어질 경우 수익성을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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