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디지털전략 직원들이 모바일뱅킹 내 인증/보안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신한은행
직원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씨에게 휴대폰 내 신한은행 모바일 서비스 ‘쏠(SOL)’ 화면을 띄워볼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김씨의 동의를 얻어 김씨 휴대폰과 모니터를 원격 연결했다. 직원은 대출 이자와 관련 쏠에서 확인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을 설명해줬다.
#2 이영업(45, 가명)씨는 ‘쏠(SOL)’ 이용자다. 어느 날 본사 디지털영업부 직원에게 상품 안내 전화가 걸려왔다. 영업점에서 전화는 몇 번 받아 봤지만 본사는 처음이다. 본사 직원은 AI(인공지능)가 이씨 성향을 분석했다며 맞춤형 상품 몇 개를 추천한다고 했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와 관련한 펀드상품이었다. 호기심이 앞서 설명을 듣다 보니 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시중 은행 중 최초로 현금과 서류가 오가지 않는(No Cash, No Paper) 은행을 구현한 신한은행 ‘디지털 브랜치(장면1)’ 1호점과 ‘디지털 영업부(장면2)’ 모습이다. 디지털 브랜치는 오는 7월, 디지털 영업부는 9월 정식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명구 신한은행 디지털그룹 부행장은 “디지털 브랜치는 미래 은행의 표본이 될 것”이라며 “고객들의 은행 업무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디지털화해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발굴하고 시도하는 무대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브랜치에 모든 디지털 역량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곳에는 현금과 종이, 펜을 아예 두지 않는다. 여·수신은 물론 외환 같은 은행 고유 업무는 모두 디지털로 기록되고 보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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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앞에는 태블릿PC보다 큰 모니터가 설치된다. 시력이 좋지 않은 고령층을 위해서다. 창구 직원의 요구에 따라 모니터에 손으로 콕콕 찍어가며 디지털 서류를 채운 뒤 서명하면 된다. 과정은 기존 서류 업무와 비슷하게 보인다. 그러나 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종이 구매나 서류 보관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고객이 작성한 서류를 컴퓨터에 입력해야 하는 시간이 절약된다. 고객의 시간도 아끼게 된다.
디지털 브랜치는 1000%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고객 대기 시간을 없애기 위해서다. 김태선 디지털전략부 수석은 “쏠 화면을 모니터에 띄워 고객에게 활용 방법을 알려주는 등 ‘손안의 은행’ 이점을 최대한 살리는 기술적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
디지털 시대, 신한은행의 영업을 책임질 디지털영업부도 곧 꾸려진다. 인적 구성과 업무 영역, 방법 등을 논의하고 시범 운영한 뒤 늦어도 9월 안에 정식 출범하는 일정이다.
부서 이름에서 드러나듯 기본 콘셉트는 비대면 영업이다. 비대면 채널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전문 종합금융상담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디지털 영업부는 기존 콜센터 중심의 비대면 상담이 전문성이 떨어지고 고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행내 공모를 통해 우수 직원들을 선발해 비대면 영업점(Virtual Branch) 형태로 운영한다. 영업 대상 고객과 영업 전략은 AI를 통해 얻는다. 해당 고객 연령대 취향과 개인적 성향 등을 모두 고려해 상품을 추려낸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
신한은행 특유의 디지털 혁신 시도는 올 2월 출범한 ‘DT(Digital Transformation) 추진단’이 있어 가능했다. 모두 1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에게는 시간, 장소, 도구 등 기존 영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혁신적 금융 경험 제공, 은행에는 운영 효율의 극대화 임무가 부여됐다.
신한은행은 현재 이를 위해 디지털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인감스캐너 도입, 제로 페이퍼, 직원 단말기와 디지털 채널과의 양방향 연계 강화 등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스마트 화상상담 시스템'은 그 결실 중 하나다. 본부와 PB센터 내 자산관리 전문가가 태블릿PC를 통해 고객에게 상담을 해주는 서비스다. 고객은 평소 거래하던 영업점 직원을 통해 신청하면 세무, 법률, 투자, 은퇴설계 등 다양한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해당 서비스를 디지털 영업팀과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명구 부행장은 “디지털 금융이라고 하면 흔히 A(AI), B(Block chain), C(Cloud), D(big Data)를 말하는 데 이는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며 “양질의 디지털 서비스를 얼마나 빨리, 제대로 제공하느냐 경쟁에서 신한이 국내 금융업계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