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유 논란' 조윤제 금통위원…경우의 수는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20.06.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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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관련성 有' 결론시 보유주식 매각 완료 전까지 기준금리 결정회의 표결 불가

[서울=뉴시스]조윤제 한국은행 신임 금융통회위원회 위원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취임식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04.21.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조윤제 한국은행 신임 금융통회위원회 위원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취임식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04.21. [email protected]


조윤제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인사혁신처 심사가 오는 25일경 결론 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주식 처분이 완료되기 전까지 기준금리 결정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직무관련성 있으면
조 금통위원은 지난달 20일 인사혁신처에 본인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했다. 재산공개 대상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보유 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이를 매각 또는 백지신탁 하거나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조 금통위원은 금통위원 취임 후 첫 기준금리 결정 회의였던 지난달 28일 금통위 회의 표결에서 제척됐다. 직무관련성 심사가 진행중이었기 때문이다. 이해충돌 우려로 금통위 회의 표결에서 배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은행,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주식백지신탁위원회는 오는 25일 회의에서 조 금통위원에 대한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심사 결과나 통보 여부 등은 비공개며 당사자에게 개별 통보한다.

인사혁신처는 현재 한은법상 부여된 금통위원의 권한과 관련 기업들에 대한 실무 조사를 진행중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직자윤리법상 주식 관련 정보에 관한 직·간접적 접근 가능성,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기준으로 직무관련성을 판단하게 된다"며 "6월중 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해 본인에게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원은 크게 통화신용정책과 한은 운영에 관한 의결 권한을 갖고 있는데, 통화신용정책의 대표적인 예가 기준금리 결정이다. 기준금리는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권 발행, 공개시장운영 관련 사항, 금융기관에 대한 여신, 지급결제제도 관련 사항 등에도 폭넓게 관여한다.


조 금통위원은 현재 비금융사인 SGA, 쏠리드, 선광 등 주식 3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GA는 통합보안솔류션·시스템 구축 등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는 IT업체로 한은 지급결제 업무와 관련 주목을 받고 있다. 자회사인 SGA솔루션즈는 블록체인 관련주로 분류된다.

한은은 현재 지급결제분야 주요과제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이를 구현할 대표 기술로 꼽힌다.

한은은 기업경영분석 등 기업통계도 작성한다. 공시 등 공개 정보를 기초자료로 하지만 필요시 업계대표 단체나 개별 기업들과 접촉해 업황 등을 파악한다.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심사 결과가 나올 경우 조 금통위원은 해당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관련법에 따라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 처분이 완료될 때까지는 이해충돌 직무에 관여하지 못한다.

공직자윤리법 규정이 아니더라도 한국은행법 자체 규정에 따라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 한은법 23조는 위원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에 대해 심의, 의결에서 빠지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주식을 팔아야만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 회의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 금통위원 7인의 다수결 합의제로 운영되는 금통위가 언제쯤 완전체의 모습을 갖출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직무관련성 없으면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조 금통위원은 매각 또는 백지신탁 의무에서 벗어나, 해당 주식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내달 16일로 예정된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 회의도 바로 참석할 수 있게 된다.

백지신탁심사 업무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개별 사례와 무관하게 직무관련성 심사를 신청하는 경우 대부분 본인 스스로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금통위원들이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관행에는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실행 여부와 별개로, 금통위원들의 주식 보유가 전에 비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금통위원 대부분은 이해충돌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처분해왔다.

이 경우 바뀐 여건을 감안해 한은 내부 규정도 정비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 금통위원의 주식보유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은 내부에서는 직무관련성 심사 신청 기간 규정(1개월)에도 필요한 경우 취임 즉시 심사를 신청해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 금통위원은 심사 신청 기한 마지막 날 심사를 요청했고, 금통위 회의가 결과 통보 전에 열리면서 금통위 회의 표결에서 제척됐다.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조 금통위원이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기에 본인에게 부여된 권한 행사를 위해 더 이른 시기에, 적극적으로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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