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채널 끊긴 남북, 연일 '말로 주고받기'…경색 심화(종합)

뉴스1 제공 2020.06.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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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담화 이후 통전부 담화 이어지며 연일 강경 행보
비핵화 협상 관련 외무성도 연속 담화…현 정부 최대 냉각기

북한이 모든 남북통신연락선을 차단·폐기한다고 밝힌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고요하다. 2020.6.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북한이 모든 남북통신연락선을 차단·폐기한다고 밝힌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고요하다. 2020.6.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이 연일 대남 강경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이 두절돼 양측이 언론을 통해 수시로 입장을 주고받으면서 13일 경색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남북 경색 국면은 4일 대북 전단(삐라)을 문제 삼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다. 통일부가 당시 약 4시간 30분 만에 '삐라 살포를 막을 법안'을 검토 중이란 입장을 내놓았고, 북한은 5일 한밤 중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부터 철폐하겠다"는 입장을 곧바로 내놓았다.

이어 북한은 9일 관영 매체를 통해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다"라고 발표하면서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통신연락선)을 차단하는 조치를 실행에 옮겼다.



채널이 끊긴 이후에도 정부는 북한의 반응을 면밀하게 살피며 빠르게 대응해 왔다. 통일부는 10일 삐라 살포 단체를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했고, 청와대도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대북 전단 및 물품 등 살포 행위를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발표(11일)했다.

그럼에도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12일 밤늦게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 청와대에 대해서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면서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면서 이 같은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갈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어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13일 최근 우리 외교부가 리선권 북한 외무상의 6·12 북미 정상회담 2주년 담화에 대해 평가한 것을 두고 "주제넘게 떠벌렸다"면서 "비핵화의 여건은 성숙되지 않았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2일 리 외무상이 '미국에 맞서 힘을 키우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것과 관련, 외교부가 "정부는 북미대화의 조속한 재개와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발이다. 북미 대화는 물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까지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국장은 지난 11일에도 미국을 향해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며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 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이 정부와의 대화를 연일 거부한 채 언론을 통해 발표를 이어가면서 메시지와 갈등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유화적인 입장을 내놓더라도 북한이 바로 맞받아치면서 분위기가 눈에 띄게 경색돼 보이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어제 청와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뒷북 행정'을 비난하고 앞으로 마주할 생각이 없다고 하여 (남한을) 대적관계로 설정한 연장선상에서 당분간 냉각기 지속 예상된다"면서 "남한을 거치는 협상보다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추진하며 대남관계는 긴장 조성을 통해 주도권만 갖고 있으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특히 이 같은 대남 담화를 주민들도 모두 보는 당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실으면서, 대남 적대 분위기를 고조하는 모양새다. 김 제1부부장, 통전부 대변인, 통전부장 담화 등은 모두 노동신문 2면에 실렸다.

아울러 신문은 지난 6일부터 김 제1부부장 담화(4일)에 대한 각계 반응은 물론, 남측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 소식을 알렸다. 또 사설·정세논설 등을 통해 탈북민은 물론 남한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도 높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북남(남북)관계가 총 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며 위협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남한 정부를 향해 "세계와 민족 앞에 약속한 역사적인 선언을 파기하고 군사합의서를 휴지장으로 만들었다"면서 책임을 돌리고, 군사적 행보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언급한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북한은 연락채널 전면 폐쇄 이후 구체적인 추가 조치는 아직 취하지 않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9일 담화에 이어 다시금 한국에 '죗값'을 받겠다는 언명은 전단 살포를 중지하더라도 한국을 적대시하는 '대적' 선언은 유효하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면서 "한국에 대한 공세는 현재 미국 상황이 녹록지 않으므로 약한 고리인 한국을 걸어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여 최종적으로는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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