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컬에 승부수 던진 서정진…글로벌 제약·바이오社 첫발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0.06.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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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다 아태 지역 의약품 사업권 인수

머투초대석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머투초대석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서정진 셀트리온 (191,200원 ▲7,400 +4.03%)그룹 회장이 다국적 제약사 다케다제약(이하 다케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약품 사업을 인수하면서 케미컬의약품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다케다 의약품 사업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첫발을 뗐다고 평가한다.



아태지역 9곳 18개 제품 사업권 인수
셀트리온은 지난 11일 다케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9곳에서 판매하는 제품 18개의 사업권을 3324억원에 인수했다. 셀트리온은 싱가포르 자회사를 통해 이번 인수를 진행하고, 오는 4분기내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9개 시장에서 글로벌 신약 '네시나', '액토스'(당뇨병 치료제), '이달비'(고혈압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과 '화이투벤'(감기약), '알보칠'(구내염 치료제) 등을 판매한다. 18개 제품들의 9개 시장 매출은 2018년 기준 약 1억4000만달러(약 1700억원)다.



셀트리온은 우선 다케다 제조사를 이용하고, 이후 셀트리온제약 생산시설에서 제품을 생산할 방침이다. 판매는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판매망을 통해 진행한다. 기존에 국내에서 제품을 팔던 한국다케다제약은 이외에 항암제, 희귀질환제 등을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서 회장, 케미컬 강화 전략…후발주자 약점 보완
업계는 이번 인수가 서 회장의 치밀한 케미컬 전략 덕분에 이뤄졌다고 보고있다. 서 회장은 2015년 셀트리온제약 오창공장을 준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케미컬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약 1000조원 규모의 케미컬 시장을 잡아야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서 회장은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인 아이큐어와 치매패치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케미컬 후발주자인 셀트리온은 제품군을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서 회장은 이번 인수로 단번에 다양한 케미컬 의약품 제품군을 구축했다. 특히 셀트리온은 바이오 사업에도 없었던 만성질환 치료제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로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이번 인수로 아태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며 "의약품 포트폴리오 구축과 영업망 확보로 신제품 출시도 수월해졌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 2공장 전경/사진=셀트리온셀트리온 2공장 전경/사진=셀트리온
"복합제 개발 시 성장 기반 확보…시너지 기대"
국내 제약사들도 셀트리온의 종합 제약·바이오 기업 변신을 주목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판매하게될 이달비, 네시나 등의 전문의약품 5종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750억원, 화이투벤과 알보칠 연매출은 각각 70억원과 50억원 수준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투자업계도 셀트리온이 이번 인수로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고 봤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수 후 내년 해당 사업부 매출은 약 2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400억원 수준으로 단기 실적 기여도는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중장기적으로 복합제를 개발하면 이후 더 큰 매출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내다봤다.

셀트리온은 이번 인수 등을 통해 2024년 케미컬 사업 부문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인수는 셀트리온이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올라서는 성장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이와더불어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들이 과점하던 당뇨·고혈압 필수 치료제를 국산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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