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땅에 공원 만들거니 싼값에 팔라? '송현동 싸움'의 쟁점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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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대한항공 노동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의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과 부지에 대한 보상비로 4,761억원을 책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이 위태로운 시기에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라 밝히고, 경쟁입찰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가격을 치를 수 있게 하는 것을 촉구했다. 2020.6.11/뉴스1(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대한항공 노동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의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과 부지에 대한 보상비로 4,761억원을 책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이 위태로운 시기에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라 밝히고, 경쟁입찰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가격을 치를 수 있게 하는 것을 촉구했다. 2020.6.11/뉴스1


"만약 당신이 소유한 땅을 서울시가 어느 날 갑자기 공원을 만든다며 헐값에 팔라고 하면 당신은 팔겠습니까?"

거짓말 같은 이 질문이 지금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경복궁 옆 알짜배기 땅 '송현동 부지'를 놓고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갈등이 식을 줄 모르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대한항공이 매각주관사를 통해 실시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에서 아무도 응찰하지 않자 여론의 부담을 느꼈는지 대한항공과 협상을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특히 이 땅을 공원으로 지정해 싼 값에 사들이려 한다는 지적에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대로 (가격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매입대금을 분납이 아니라 일시에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이전까지 서울시의 입장에서 많이 진일보한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당초 제안했던 매입 가격인 4670억원보다 얼마나 비싼 가격에 이 땅을 살까? 대한항공은 6000억원에 달하는 이 땅의 가치에 과연 어느 정도 근접한 가격에 이 땅을 팔까?

서울시 입장에선 박원순 시장의 임기중 최대 치적 중 하나가 될 수 있고, 대한항공 입장에선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송현동 공원화' 계획. 지금까지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팽팽히 벌여온 '송현동' 줄다리기를 문답식으로 점검해 본다.



Q1. 송현동 땅 공원화는 왜 추진됐나?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고급 한옥호텔을 짓겠다는 목적으로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였다. 덕성여고와 바로 맞붙어 있는 땅이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의 한옥호텔 개발은 쉽지 않았다. 현행 학교보건법에는 학교 경계에서 직선거리로 반경 200m를 ‘정화구역’으로 지정해 이 구역에는 호텔을 포함한 유해업소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한 때 송현동 부지는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을 과연 유해업소로 보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규제 논란도 낳았지만 끝내 호텔 개발 허가는 나지 않았다. 그러다 대한항공이 올 들어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자금 수혈을 위해 이 땅의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Q2. 송현동 땅값은 진짜 얼마일까?
송현동 부지는 시세 책정이 쉽지 않다. 3만6642㎡에 달하는 도심의 이 정도 방대한 부지는 거래가 됐던 선례조차 없다. 여기에 실제 개발이 가능하냐, 정말 공원부지로밖에 쓰지 못하느냐에 따라 땅값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대한항공 부지 보상비용으로 서울시는 4670억원을 제시했다. 공시지가 3100억원에 지목별 보상배율을 적용해 나온 가격이다. 그러나 이는 최종 거래 가격이 아니다. 서울시는 대한항공과 협상이 잘 이뤄지면 감정평가를 받아 최종 매입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땅의 실제 가치를 6000억원 정도로 본다. 따라서 앞으로 서울시의 보상비용과 1330억원에 달하는 격차가 앞으로 감정평가를 통해 얼마나 줄어들지 관심거리다. 감정평가에는 2억원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Q3. 공정한 감정평가 할 수 있을까?
송현동 감정평가는 2인 이상의 감정평가업자에 의뢰해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 주변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정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공정한 감정평가를 위해 서울시에서 추천한 1인과 대한항공이 추천한 1인을 포함해 감정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감정평가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할지도 쟁점이다.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지정한 후 가치를 매긴다면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서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르면 보상액의 산정은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해 토지 등의 가격이 변동됐을 때 이를 고려하지 않도록 정해져있다.

서울시 측은 "송현동 부지의 감정평가 역시 공원 결정 이전의 토지 가치를 평가해 가격을 책정한다"고 말했다. 공원 조성 계획은 지난 3월 알려진 만큼 그 이전 시점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하겠다는 뜻이다.

Q4. 서울시가 공원 만드는 비용도 꽤 든다고 하는데?
송현동 땅은 경복궁과 인접해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유한 장소다. 서울시가 이곳에 공원을 만든다면 이 같은 높은 공적 가치를 제대로 활용해 그에 걸맞는 공원이 조성될 전망이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땅값을 제외하고 이 공원화에 드는 비용만 687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시는 이 비용을 모두 시비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공원화가 확정되면 2021년부터 공사를 집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공공개발추진단 관계자는 "보상비는 관련 지침에 근거해 계산한 추정치이며 대한항공과 협상 시점에 감정평가를 받아 최종 매입가격을 결정할 것"이라며 "감정평가 하는 데 2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인정기한이 1년 밖에 안돼 미리 받아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Q5. 송현동 부지 못팔면 대한항공이 기내식 사업부 매각한다?
송현동 부지 매각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대한항공 직원들의 고용 불안은 자칫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도 대한항공 2만명 직원 중 70%가 휴업을 하고 있는데 송현동 땅 같은 유휴자산이 팔리지 않으면 대한항공 경영난은 한층 심각해질 수 있다. 대한항공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려면 하루빨리 송현동 땅을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항공 노조는 서울시가 공권력을 남용해 민간기업의 부지 매각을 저해하고 있다며 한국노총과 연대투쟁도 예고했다.

대한항공은 일단 남아있는 송현동 부지 매각 절차를 계획대로 모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본입찰을 실시하겠다는 의미다. 송현동 부지 매각작업이 꼬여가는 상황에서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토지 등의 처분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Q6. 송현동 땅, 제값 받고 안팔면 경영진 배임죄?
일부에선 상장사인 대한항공이 실제 가치대로 송현동 부지를 팔지 못하면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헐값에 이 땅을 파느니 "계속 갖고 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것도 이런 복합적인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인수 후보자에게 땅을 매각하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서울시가 공원화로 이를 막는 것은 또 다른 법적 분쟁을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Q7. 서울시 대신 정부가 땅 살 수도 있다?
지난 11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6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기업자산 매각 지원방안'을 의결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캠코채 발행해 2조원 규모로 자금을 마련해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돕는다.

이 경우 송현동 부지 같은 대기업 유휴자산도 매입 대상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캠코채를 우선 발행해 7월중으로 자산매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송현동 부지 주인이 서울시가 아니라 정부로 바뀔 수 있는 대목이다.

Q8. "안 팔겠다"는 대한항공에 강제수용 가능할까?
서울시는 최대한 강제수용을 피하고 협의 매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이 땅을 강제수용 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서울시 공공개발추진반 관계자는 "토지보상법에 강제수용할 수 있는 조항도 있지만 최근에는 협의해서 보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이미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내용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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