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없이 탈 수 있는 전동킥보드…음주사고는요?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0.06.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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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자 처벌이 약해질 전망이다. 현재 법적으로 '원동기장치 자전거'(오토바이)인 전동킥보드가 12월부터 '개인형 이동장치'(전기자전거·자전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주의 의무도 오토바이에서 자전거 운전자 수준으로 완화되는 탓이다. 범법시 처벌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기준은 운전자 경각심을 주기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정 법률이 시행되는 12월 전까지 보완책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원동기에서 자전거로…운전자 의무 가벼워지며 처벌도 완화
행정안전부과 경찰청은 일부 요건을 갖춘 전동킥보드를 기존 '원동기장치 자전거'에서 (전기)자전거와 같이 분류하는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9일 공포했다. 운전자 안전을 위해 전동킥보드를 자전거 도로로 달리게 하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12월 10일부터 시행되는 이 개정안은 '최고속도 시속 25km' '총중량 30kg' 미만 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장치'에 포함하도록 한다. 기존 전동킥보드는 모두 '원동기'로 포함됐는데, 법 적용 후부터 자전거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된다.



강남 일대의 전동킥보드 /사진=뉴스1강남 일대의 전동킥보드 /사진=뉴스1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동킥보드로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 운행시 운전면허가 필요 없어져 만 13세 이상 청소년부터 운행이 가능해지는 등 운전자 폭도 넓어진다. 현재는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면허가 필요하다.

전동킥보드가 재분류되면서 '음주운전' 운전자 처벌 수위도 자전거 수준으로 내려간다. 경찰에 따르면 혈중알콜농도 0.03% 이상인 자전거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에 의해 범칙금 10만원을 부과받는다. 벌금형 등 오토바이와 자동차 수준으로 적용되는 음주운전 처벌이 범칙금 부과로 하향되는 것이다.


킥보드 사고 많은데…경각심 못 부르는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문제는 기존 '음주 자전거' 처벌 기준이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고취하기에 약하다는 점이다. 전동킥보드는 사고시 충돌 대상과 운전자 모두가 매우 큰 위험을 불러오는 데 반해 경각심을 갖게 할 장치가 미비한 실정이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는 "골절 등 상해, 생명 위협을 일으킬 수 있는 자전거 음주사고 위험성에 비해 관련 처벌이 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본인, 보행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자전거·전동킥보드에 적절한 규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킥보드는 번화가·주택가 등에서 쉽게 탈 수 있어 음주운전 유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 강경우 한양대학교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야간 음주 후 집 갈 때 버튼만 누르면 이동하는 전동킥보드의 유혹이 들기 마련"이라며 "음주운전이 늘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사고 관련 사진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제공음주운전 사고 관련 사진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실제로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은 드물지 않다. 지난해 4월 15일 밤 11시45분쯤 무면허·음주 상태로 세종시 한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몰던 A씨는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올해 4월에는 부산에서 음주 전동킥보드 운전으로 시설물과 충돌해 부상 입은 30대 시민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강 교수는 "2017년 실험 결과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자가 도로 위 돌출부(험프), 구불구불한 골목길 등에 매우 취약한 점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이어 "자전거와 달리 전동킥보드는 바퀴가 작아 험프에 걸리면 잘 넘어진다"며 "음주시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행안부와 논의 과정에서 음주운전 문제도 논의됐다"며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의 사회적 심각성이 확인되면 법개정 등을 통해 관련 규정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남은 6개월…제도 정비로 안전환경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법 시행까지 남은 6개월 간 운전자 책임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보행자 피해 정도가 자전거보다 낮은 전동킥보드 운전자 처벌을 자동차의 경우와 같이 해온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 김에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조항을 강화해 자전거·전동킥보드에 관한 안전 의식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청소년도 이용하게 될 만큼 제한 나이 미만의 소년이 못 타게 하거나 자녀에게 안전 의무를 준수케 하도록 하는 보호 의무를 부모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킥보드가 잘 다닐 수 있도록 자전거도로 등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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