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아이들 76%가 부모한테 맞았다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20.06.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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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아동학대 잔혹사]②2018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학대로 사망 28명 중 1세 이하가 18명

편집자주 충남 천안에서 9세 어린이가 계모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남 창녕에서는 부모의 학대를 이기지 못해 집에서 탈출해 가게로 들어가 도움을 청하는 아이가 나오는 등 아동 학대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집 밖을 나서기 어려운 아이들이 집 안에서 학대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동 피해의 실태와 해결책을 점검한다.

멍든 아이들 76%가 부모한테 맞았다




'2만4604건, 28명'




2018년 기준 국내 아동학대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다. 가방 속에 갇혀 숨진 아이, 맨발로 학대 당하다 탈출한 아이 등 안타깝게도 아동학대는 너무나 빈번히 등장하면서 근절되지 않고 꾸준히 늘고 있다.

가정 학대로 숨진 아이들의 경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부모와 분리하는 게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살 수 있었던 아이들도 많아 안타까움을 안겨준다.



3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아동학대…피해 아동 '2만18명'
13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8 전국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전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전년대비 2237건(10%) 늘어난 2만4604건을 기록했다. 2015년 1만1715건, 2016년 1만8700명, 2017년 2만2367명 등 매년 기하 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중 82%는 원가정 보호 조치가 이뤄졌고,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이 분리된 건 13.4%에 그쳤다.

과거 학대 피해를 겪은후 재학대를 껶은 아동은 2016년 1591건에서 2017년 2160건, 2018년에는 2543건으로 늘어났다.


원가정 보호 조치가 대부분 이뤄지지만 실제로 아동학대 행위자는 대부분 부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사례 중 76.9%가 부모에 의한 학대였다. 이 중 95.6%는 친부모가 학대 가해자였다. 초중고교 직원, 보육 교직원,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대리양육자가 학대한 비율은 15.9%, 친인척이 아동을 학대한 비율은 4.5%로 나타났다. 원가정 보호 조치는 재학대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아동학대 가해 부모 아이에 대한 강제적 관리 필요성이 나온다.

멍든 아이들 76%가 부모한테 맞았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28명 사망…'1세 이하' 18명
최근 5년(2014~2018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총 132명이었다. 2014년 14명이던 사망 아동 수는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으로 증가해왔다.

2018년 학대로 사망한 28명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0세(생후 12개월)와 1세(13~24개월)가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신생아 및 영아에게 신체적 학대나 방임이 치명적임을 보여준다. 4·5·7·9세가 각 2명, 6·8세가 각각 1명이었다.

사망아동 학대 행위자 30명 가운데 83.3%(25명)는 부모였다. 이 중 친모가 53.3%(16명), 친부가 30%(9명)였다. 보육교직원이 가해자인 경우는 10%(3명), 아이돌보미는 3.3%(1명)였다.

학대 행위자는 20대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30대(8명), 40대(6명)의 순이었다. 또 12명은 직업이 없었다. 주부도 5명이나 됐다. 신체적 학대(53.3%)로 사망에 이른 경우가 가장 많았다. 방임으로 인한 죽음도 30%에 달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 학대 가능성이 있는 가정을 빅데이터를 통해 발굴하는 '위기아동지원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지자체에 통보하고 있다. 장기간 학교에 나오지 않거나 예방 접종을 받지 않는 아이를 선제적으로 찾아내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실제 가정 방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동 학대 발생을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잇따른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하자 뒤늦게 대책을 내놓으며 움직이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2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논의한 결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중인 만 3세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전수 조사키로 했다. 또 최근 2~5월 신고된 아동학대 사건을 다시 점검해 재학대 사례가 발견되면 엄중 대처할 계획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정부는 천안과 창녕에서와 같은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즉각적으로 시행하고,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개선 대책은 8월 말까지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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