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양자암호폰의 비밀…손톱만한 '핵심 칩' 만든 이 회사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0.06.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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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 전시된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양자난수생성) 칩셋 이미지/사진제공=SK텔레콤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 전시된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양자난수생성) 칩셋 이미지/사진제공=SK텔레콤


지난달 출시된 세계 최초 양자암호 스마트폰 '갤럭시A퀀텀'이 국내 5G 중저가 스마트폰 가운데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양자난수생성 칩셋을 탑재한 5G 스마트폰 '갤럭시A퀀텀'은 양자암호 기술을 활용해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암호키로 중무장하고 있다.



세계 첫 양자암호폰의 등장은 새끼 손톱보다 작은 '양자 칩셋' 개발에서부터 시작됐다. 2016년 SK텔레콤 양자 연구소 '퀀텀 테크랩'은 세상에 없던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 상용화를 위해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을 찾아나섰고 비트리에 제안하기 이르렀다. 2014년 설립된 비트리는 이미지센서와 같은 반도체 칩셋을 정밀 설계하고 이 솔루션을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새끼 손톱보다 작은 QRNG 칩셋 상용화…1㎜ 혁신과의 싸움, 난수생성 테스트만 100만번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 전시된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양자난수생성) 칩셋 이미지/사진제공=SK텔레콤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 전시된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양자난수생성) 칩셋 이미지/사진제공=SK텔레콤


SK텔레콤과 비트리는 2018년 IoT·자율주행용 QRNG 칩셋(가로·세로 5.0x5.0㎜)과 2020년 모바일용 QRNG 칩셋(2.5x2.5㎜)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QRNG 칩셋은 2016년 USB 형태 시제품에서 초소형 칩셋으로 진화했다. 칩셋 안에서 LED 광원부가 빛(양자)를 방출하고 이 빛을 CMOS 이미지센서가 감지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고 난수를 생성한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비트리와 양자 난수 생성 기술을 가진 IDQ가 함께 개발한 제품이다.

새끼 손톱보다 작은 QRNG 칩셋에는 비트리의 설계 기술과 아이에이네트웍스의 패키징 기술이 있다. 고온·저온, 다습, 정전기 등 극한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동작하도록 초기 설계 단계부터 수많은 신뢰성 테스트를 거쳤다.


또 제3자가 칩셋을 물리적으로 해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칩셋 내부에 △구동 클럭(속도) 조절 기능 △부품 별 다른 전압을 공급하는 멀티 전원 △전원 감지 및 자동 초기화 기능 △칩셋 내부 데이터 접근 차단 기능 등을 구현했다.

2018년초 SK텔레콤과 비트리는 세계 최초 모바일용 칩셋을 상용화에 돌입했다. SK텔레콤와 삼성전자 경영진이 CES에서 QRNG 칩셋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데 뜻을 모으면서다. 이는 세계 최초 양자보안 5G 스마트폰 '갤럭시 A 퀀텀' 탄생의 시작이 됐다.

비트리는 스마트폰 내 탑재를 위해 칩셋 크기를 1㎜ 단위로 줄이는데 주력했다. QRNG 칩셋에는 LED 광원, CMOS 이미지센서, 전력 어답터 등 수많은 정밀 부품이 들어가는데 사이즈를 줄일 때마다 필연적으로 모든 부품의 설계를 모두 변경하고 새로 만들어야 했다.

또 완전한 무작위성을 가진 순수 난수를 생성하기 위한 테스트도 6개월간 약 100만번 진행했다. 순수 난수를 만들기 위해선 LED 광원부에서 방출되는 빛이 CMOS 이미지센서의 각 픽셀에 골고루 잘 도달해야 한다. 쉽게 말해 분무기로 A4 종이 위에 물을 뿌릴 때 물방울이 종이 전면 곳곳에 골고루 뿌려지도록 환경을 설정하는 것과 같다.

결국 비트리는 약 2년만에 기존 칩셋 사이즈를 대폭 줄인 2.5 x 2.5 x 0.8㎜ 크기의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품질기준을 통과해 2020년 4월 양산 절차에 돌입했다.

SKT-IDQ-비트리, 글로벌 스마트폰·IoT·자율주행 시장 정조준
SK텔레콤은 5G 시대에는 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양자보안 기술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IDQ, 비트리와 개발한 QRNG 칩셋을 글로벌 스마트폰과 IoT, 자율주행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부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바일용 QRNG 칩셋을 공급, 양자보안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또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SK 오픈 API 홈페이지에서 오픈 API를 공유하고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능한 양자보안 기반 서비스도 확대한다.

차세대 보안 기능 수요가 높은 자동차 전장, 클라우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반도체에도 QRNG 칩셋을 탑재해 반도체 성능을 고도화 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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