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의지' 여전히 의심하는 채권단, 공은 다시 현산으로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0.06.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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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입국 제한 등 금지하는 나라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입국 제한 등 금지하는 나라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KDB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10일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오라”고 한 것은 현산의 ‘인수 의지 표명’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니 인수의사를 갖고 있다면 언론플레이를 접고 무엇을 원하는지 조건 등에 대해 마주 앉아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산은이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는 전날 HDC현상의 재협상 요구에 대한 답변이다. 채권단 내부에선 내용증명·보도자료 등으로 일관하는 현산의 소극적인 협상 태도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등 매각대상에 대한 하자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런 ‘서면’을 대외적으로 흘린 것은 인수포기를 위한 명분축적용으로 봤다.



채권단은 양측의 ‘담판’ 만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산은은 재협상 개시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현산 측이 요구사항을 제시하라”고 했다. 현산이 재협상을 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업황 악화와 정부 지원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 변화 등을 이유로 들었던 만큼 정말 인수를 원한다면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채권단은 그동안 가격을 깎아주기보다 주식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가격조정을 하는 방안 등을 현산에 내놓았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산을 대상으로 두 차례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인데, 주당 가격을 낮추면 같은 돈을 들여 더 높은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또한 가격을 낮춰달라거나 하는 등 어떤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는 채권단이 제안한 대안 중 하나라도 받아 들이는 순간부터는 거래를 깨기도 쉽지 않고, 거래가 불발됐을 경우 현산의 귀책사유가 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채권단은 현산이 가격 등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의 요구를 하면서 계약을 물리는 경우에 대비하면서도 일말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헐값 매각이나 특혜 시비가 일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타협지점을 찾을 수 있다면 그 가능성도 열어 두겠다는 것이다. 현산 역시 다른 원매자들을 구하기 쉽지 않은 채권단의 상황을 알기 때문에 채권단으로부터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치를 설정해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상 양측은 거래성사보다 무산을 염두에 두고 서로 상대방의 책임으로 몰기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한 신경전을 지속할 공산이 크다. 이는 무엇보다도 거래 당시보다 수조원이 늘어난 부채와 악화된 항공 업황으로 인해 인수여건이 나빠진 탓이다. 시장은 현산이 인수를 강행하는 것보다 계약금을 최소한으로 잃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대세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산이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추가자금 차입, 계열사 지원 등을 두고 “사전 동의가 없었다”고 한 것은 인수가 성사되지 못했을 때 매각 측에 책임을 지우기 위한 근거를 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단이 지난달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밝히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 역시 마찬가지로 채권단의 인수불발을 대비한 자료 축적 과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책도 세워뒀다. 현산이 인수를 그만 두면 정부는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의 지원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아시아나항공을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넘긴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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