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멍청한 바보 찾기?…폭탄 돌리기 된 '우선주 광풍'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6.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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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 사진제공=없음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 사진제공=없음


최근 주식시장에서 우선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가 하면 별다른 호재 없이 주가가 급등하기도 한다. 반등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주가와 배당 매력, 풍부한 유동성 등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지만 이상 급등 현상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수급에 의한 주가 변동에 취약한 우선주 특성상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주일 만에 379.8% 폭등…알 수 없는 우선주 상한가 행진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 1~3위는 모두 우선주가 차지했다. 최고 상승률은 삼성중공업 우선주(삼성중공우 (6,580원 ▼10,220 -60.83%))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지난달 말 대비 379.8%나 급등했다.



현대비앤지스틸우 (4,910원 ▼1,610 -24.69%)는 지난 8일까지 129.7% 올랐고 일양약품우 (15,390원 0.00%)는 113.97% 상승했다. SK네트웍스우 (3,600원 ▼3,100 -46.27%)(65.37%) 한화우 (31,700원 ▲200 +0.63%)(58.88%) 쌍용양회우 (25,350원 ▼7,150 -22.0%)(56.76%) 두산우 (63,600원 ▼3,000 -4.50%)(47.61%) 동부건설우 (23,150원 ▼50 -0.22%)(45.24%) KG동부제철우 (10,450원 ▼6,150 -37.05%)(43.99%) 등 우선주들이 돌아가며 급등하는 일이 반복됐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주식이다. 의결권이 없다는 점 때문에 통상 보통주보다 주가가 저렴한데 최근에는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주가가 더 오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주가가 오를만한 호재가 있는 종목도 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종목도 상당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3조6000억원 규모의 카타르 LNG(액화천연가스)선 100척을 공동수주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그런데 보통주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60% 상승한 이후 주춤한 반면 우선주는 아직까지 상한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양약품은 자체 개발한 국산 신약 '슈펙트'가 지난달 28일 러시아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유효성 입증을 위한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한화는 지분을 보유한 미국기업 니콜라의 주가 급등이 호재였고 쌍용양회 우선주는 최대주주의 우선주 전량 매수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일부 우선주들이 주목받자 딱히 호재가 없는 우선주에도 수급이 몰리며 상한가를 기록하는 일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우가 주가 급등으로 지난 5일 거래정지가 예고되자 투자자 게시판에는 "다른 우선주로 옮겨 가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몇몇 우선주 종목들이 거론됐다.


그러자 삼성중공우 거래정지 하루 전인 지난 8일 현대비앤지스틸우, 유한양행우, 일양약품우, 금강공업우가 상한가를 쳤다. 거래정지 당일(9일)에는 SK네트웍스우, KG동부제철우, 신풍제약우, 일양약품우, 한화솔루션우가 상한가 자리를 차지했다.

순환매+배당 매력…박스권에서 우선주 부각
증권가에서는 최근 우선주의 급등이 상승장에서 순환매 유입과 배당 매력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쇼크 이후 지난 4~5월 반등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우선주가 뒤늦게 주목받으면서 수급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증시 저점이었던 지난 3월 19일부터 지난 달말까지 39.24% 오른 동안 코스피 우선주 지수는 28.33% 상승에 그쳤다.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며 헬스케어→언택트→반도체→금융 등으로 이어지던 순환매 장세가 이젠 우선주로 옮겨 왔다는 분석이다.

높은 배당률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지수 상단이 제한되면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주가가 횡보할 경우 주가 수익률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더 주목받는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순환매 장세에서 우선주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전망됨에 따라 배당수익률이 높은 우선주에 긍정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더 멍청한 바보' 찾기 게임…결국 폭탄돌리기
삽화,주식시황1,상승,3,주가조작,작전 / 사진=김현정디자이너삽화,주식시황1,상승,3,주가조작,작전 / 사진=김현정디자이너
하지만 배당과 순환매로 설명하기엔 비이성적인 주가 급등이라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특히 최근 주가가 급등한 우선주의 공통점이 시가총액이 작고 유통 주식수가 적으며 주가가 저렴하다는 점에서 시세 조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우는 주가가 급등하기 전인 지난달 29일 시총이 62억원에 불과했다. 투자자 몇 명이 수억원 정도만 모아 높은 호가를 제시해도 충분히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일양약품우의 경우 상한가를 기록한 지난 8일 상위 20개 계좌의 매수관여율이 30.25%에 달했다. 해당 계좌는 모두 개인이었다.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우선주는 대개 얼마 못 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에는 아시아나항공 우선주의 이상 급등으로 다른 우선주들도 덩달아 폭등했고, 대부분은 채 일주일이 안 돼 폭락이 이어지며 다시 원래 주가로 돌아왔다.

지금 우선주를 매수하는 투자자들도 주가 급등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투자하기도 한다. 고전 경제학에선 이를 '더 멍청한 바보 이론'(the greater fool theory)으로 설명하곤 한다. 나보다 더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 줄 '더 멍청한 바보'가 있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폭탄 돌리기의 끝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지금의 우선주 투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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