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든 화장품 하나면"…'부캐'로 대박 꿈꾸는 백화점·제약사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20.06.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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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나도 1억이면 화장품 CEO"...뷰티산업, 달라진 '게임의 법칙'

편집자주 아모레,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뷰티 빅3가 대한민국 뷰티산업을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 누구나 자본금 1억원이면 자신만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이 구축한 세계 최고의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방식) 생태계 덕분이다. 여기에 유통 디지털혁신과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화장품 진입장벽은 완전히 붕괴됐다. ‘레드마켓’으로 꼽히는 뷰티시장에 신규진출이 잇따르는 이유다. 뷰티산업의 달라진 게임의 법칙을 분석해본다.

동국제약이 전개하는 센텔리안24 마데카크림동국제약이 전개하는 센텔리안24 마데카크림


지난 2015년 '마데카 크림'을 내놓으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동국제약은 5년만에 시가총액이 3배 가까이 늘었다. 핵심 제품인 마데카 크림이 출시 5년간 판매량 1700만개를 달성하며 전사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화장품 매출은 연평균 50% 이상씩 고성장했다.

패션, 유통, 제약업체 등이 잇따라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신생업체라도 '대박' 아이템 하나로 기업가치가 달라질 만큼의 성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화장품 사업 확대가 두드러진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자체 화장품 브랜드 '오노마'를 출시한데 이어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 한섬도 화장품 브랜드 출시를 알렸다.

유통업체인 신세계와 현대는 백화점에서 온라인몰까지 탄탄한 유통망을 갖춰 브랜드 론칭에 매우 유리하다. 신세계는 한방화장품 브랜드 '연작'을 백화점 1층 명품화장품 '명당' 자리에 입점시켰고 백화점 건물 전면 광고까지 해주며 브랜드 안착을 도왔다. 새로 출시한 '오노마(onoma)' 역시 신세계그룹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와 신세계 온라인몰인 SSG닷컴을 통해 판매한다
"잘만든 화장품 하나면"…'부캐'로 대박 꿈꾸는 백화점·제약사
한섬은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지분 51%를 인수하고 오는 2021년에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또 현대백화점 그룹(현대HCN)은 화장품 원료 회사 SK바이오랜드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그룹 차원에서 화장품 사업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동국제약·유한양행 등 제약업체와 LF 등 패션업체도 화장품을 신성장동력 삼아 시장에 진입 중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이미 브랜드 수만 2만개가 넘는 '레드 오션'이지만 기존 제약이나 패션 사업에 비해 수익률이 좋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

또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대형 ODM(완제품을 브랜드에 공급하는 기업) 업체가 존재해, ODM 사업모델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요인이다. 자체 공장 등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도 어렵지 않게 화장품 브랜드를 창업할 수 있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 제약 개발로 쌓아 온 기술력과 전문성을 내세우거나 대형 유통업체에서 유통망을 활용해 화장품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다"며 "본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화장품 시장을 넘보는 기업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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