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샤워효과'…장외시장에도 몰렸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0.06.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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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넘치는 유동성에 장외시장까지 돈이 몰리고 있다. K-OTC(한국장외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3월 이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일 평균 거래대금 역시 상승하는 추세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급등한 국내 증시 훈풍이 장외시장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6월 일 평균 거래대금 52억원…전달보다 약 37% 증가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OTC 시가총액은 14조750억원이다. 지난 3월 11조4053억원을 기록한 이후 4월 12조2520억원, 5월 13조3260억원으로 확대됐다.



K-OTC는 2014년 금융투자협회가 설립해 운영하는 유일한 제도권 장외주식시장이다. 중소기업을 포함해 대기엄과 중견기업까지 국내 많은 비상장 기업들의 주식이 거래된다. 현재 131개 법인의 133개 종목이 K-OTC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 평균 거래대금도 늘었다. 2월 29억원이었던 일 평균 거래대금은 3월 42억원, 4월 49억원으로 늘었다. 5월에는 38억원으로 주춤했지만, 6월 5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K-OTC 관계자는 "지난해 지누스 (12,000원 ▼230 -1.88%)피피아이 (2,225원 ▲75 +3.49%), 올해 서울바이오시스 (3,245원 ▼15 -0.46%) 등 K-OTC 지정기업들이 코스피와 코스닥에 신규 상장되면서 시가총액이 지난해보다 줄긴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자금 유입이 되살아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거래대금은 제약·바이오 기업에 몰렸다. 5월 기준 오성헬스케어 거래대금은 259억원, 비보존 213억원, 와이디생명과학 103억원으로 전체 80%를 차지했다.

낮은 거래장벽·잇단 IPO 성공…동학개미 모험자본 몰려
유동성 '샤워효과'…장외시장에도 몰렸다

별다른 거래 장벽이 없다는 점은 K-OTC의 매력 중 하나다. K-OTC 지정 종목은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키움증권, KB증권, 교보증권 등 국내 대부분 증권사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과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해 매매할 수 있다.

거래 시간은 장내시장과 동일하게 오전 9시 개장, 오후 3시30분 마감이다. 다만, 경쟁매매가 아닌 상대매매로 이뤄진다는 건 장내시장과 차이다. 매수 측과 매도 측이 서로 호가를 제시해 가격이 맞을 경우에만 거래가 성사되는 방식이다.

잇단 K-OTC 지정 기업의 성공적인 코스피, 코스닥 상장 사례도 투자가 몰리는 요인이다. K-OTC 출범 이후 현재까지 삼성SDS, 제주항공 (10,750원 ▼100 -0.92%), 카페24 (15,260원 ▼110 -0.72%) 등 13개 기업이 K-OTC를 거쳐 상장됐다. 와이디생명과학과 비보존 등도 상장을 추진 중이다.

'제3의 시장' 코넥스…높은 진입 장벽·혜택 없는 이전 상장
K-OTC 덩치가 커지는 동안 '제3시장'인 코넥스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5월 코넥스의 시가총액은 4조8345억원으로 2134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일 평균 거래대금도 36억원(5월 기준)으로 4월(28억원)보다 늘긴 했지만 증가폭이 크진 않았다.

우선 높은 진입 장벽이 문제다. 일반 투자자가 코넥스 종목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기본 예탁금으로 3000만원을 예치해야 한다. 이마저도 지난해 1월 코넥스 활성화 조치로 낮아진 것으로 이전까지 기본 예탁금으로 1억원을 예치해야 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K-OTC의 상장이 IPO를 뜻한다면 코넥스는 이전 상장을 뜻한다. 판만 커졌다 뿐 투자자들이 이전 상장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혜택은 기대보다 크지 않다.

코넥스 관계자는 "K-OTC와 코넥스는 엄연히 다른 성격의 시장이다. 코넥스는 코스피와 코스닥 등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사관학교'"라며 "시장 특성상 거래량이 적을 수 밖에 없고, 이것만 가지고 가치 판단을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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