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억에 팔린 그 화장품, 공장 안 짓고도 창업한 비결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김은령 기자 2020.06.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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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나도 1억이면 화장품 CEO"...뷰티산업, 달라진 ‘게임의 법칙'

편집자주 아모레,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뷰티 빅3가 대한민국 뷰티산업을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 누구나 자본금 1억원이면 자신만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이 구축한 세계 최고의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방식) 생태계 덕분이다. 여기에 유통 디지털혁신과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화장품 진입장벽은 완전히 붕괴됐다. ‘레드마켓’으로 꼽히는 뷰티시장에 신규진출이 잇따르는 이유다. 뷰티산업의 달라진 게임의 법칙을 분석해본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기획사도 등장했다. 뷰티 인플루언서를 키우고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한 레페리의 대표 이미지/사진=레페리 공식 웹사이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기획사도 등장했다. 뷰티 인플루언서를 키우고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한 레페리의 대표 이미지/사진=레페리 공식 웹사이트


#인스타그램·유튜브 4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김민영씨는 소자본으로 올해 초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김씨는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 생산)업체 코스메카코리아·코스맥스와 손 잡고, 공장을 세우거나 대규모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도 화장품을 출시한 뒤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본금 단돈 1억원의 소자본으로 만드는 수 천 억원대 화장품 기업의 꿈, K-뷰티 '코리안 드림' 시장이 활짝 열렸다. 코로나19(COVID-19) 창궐이 초래한 디지털 유통 혁신과 굴지의 ODM 토종 기업이 성장하면서 K-뷰티 화장품 산업은 지금, 진입장벽이 붕괴되고 있다.



6000억에 팔린 그 화장품, 공장 안 짓고도 창업한 비결
이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채널이 활짝 열리며 자본과 유통채널이 없어도 화장품 기업을 설립·운영하며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뷰티 생태계가 구축됐다. '레드 오션'인 화장품 시장에 백화점·패션·제약업체는 물론 인플루언서들이 뛰어들며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

◇6000억 매각의 꿈…메이드 바이(Made by) '얼굴 없는 뷰티'=김소희 스타일난다 대표는 2009년 코스맥스와 계약을 맺고 화장품 브랜드 '3CE'를 론칭했다. 3CE는 국내를 넘어 중국, 동남아에서 대박을 내고 2018년 글로벌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6000억원에 매각된다.



화장품 공장을 설립할 필요 없이 김소희 대표가 감각만으로 3CE를 론칭해 6000억원에 매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메이드 바이 코스맥스'.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없어도 6000억원대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스타일난다의 성공은 보여줬다.

6000억에 팔린 그 화장품, 공장 안 짓고도 창업한 비결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세계 1,2위 ODM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해 화장품 창업의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뷰티 산업의 진입장벽은 전면 붕괴되고 있다. K-뷰티 기업들이 이미 생산은 외주를 주고 브랜딩과 마케팅, 유통 채널에 집중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생산 뿐 아니라 브랜딩과 마케팅, 유통 채널 입점과 수출까지 ODM업체들이 전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완제품 생산을 뜻하는 ODM을 넘어, 브랜드를 통째로 만들어주는 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이 탄생한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유통 혁신은 화장품 산업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온라인 유통채널이 성장하자 비용이 많이 드는 백화점이나 가두점에 입점할 필요가 없어졌다. 인플루언서들은 온라인 채널에서 쉽게 화장품을 팔고 중국 티몰을 통해 수출까지 온라인으로 해결하면서 '게임의 법칙'이 달라졌다.


6000억에 팔린 그 화장품, 공장 안 짓고도 창업한 비결
◇신세계도 현대百도…누구나 화장품 브랜드 만든다=장벽이 붕괴되며 전통의 뷰티 강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비롯한 화장품 업계는 초유의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유통·패션·제약업체와 세포마켓의 인플루언서까지 신생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뷰티 산업 경쟁 강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비디비치, 연작 등 화장품 브랜드를 전개하던 신세계는 최근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그룹 한섬도 지분 인수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 출시에 나섰다. 유통 공룡의 등장에 기존 화장품 기업은 점유율 잠식에 대비한 수성 전략이 불가피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연작' 이미지/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인터내셔날 '연작' 이미지/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신규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를 오프라인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쇼핑몰 쿠팡에서 단독 론칭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와 연작은 중국 시장에서 티몰을 통한 수출을 강화하고 있으며 설화수는 신제품 론칭을 아예 온라인에서 진행했다. 한국의 이커머스 비중은 24%에 달하며 K-뷰티 기업의 최대 수출시장 중국의 이커머스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화장품 산업은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구조적 격변을 겪고 있는 중"이라며 "코로나19에도 불구, 양호한 수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화장품에 다양한 기업이 뛰어들면서 화장품이 대한민국의 중추적 산업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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