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힘 과소평가, 내가 틀렸다" 美전설적 투자자의 고백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6.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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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돈의 힘 과소평가, 내가 틀렸다" 美전설적 투자자의 고백




"나도 시장을 잘못 예측할 때도 있고, 앞으로도 그럴 때가 많겠지만 지난 3주는 확실히 그런 경우였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뿌린 돈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주가 반등을 놓쳤다."


전설적인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고백이다. 지난 3월말 이후 급등한 주가가 5월 중순부턴 조정을 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추가 급등하는 바람에 수익 기회를 놓쳤다는 얘기다.



연준의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 선언이 가져온 효과는 월가 베테랑의 예상마저 넘어섰다. 코로나19(COVID-19) 백신에 대한 희소식도 한몫했다.

차이킨 애널리틱스의 마크 차이킨 CEO(최고경영자)는 "역사적으로 가파른 약세장 뒤에는 대체로 극적인 반등이 있었다"며 "비록 일부 주의 시골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여전히 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1년 또는 1년반 뒤를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



LPL파이낸셜의 라리언 데트릭 선임전략가도 "코로나19의 2차 유행에 대한 우려는 실재하지만 주식시장은 이미 코로나19를 지나쳐 경제활동 재개만 쳐다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반등"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랠리를 이어갔다. 뉴욕시가 봉쇄 후 79일만에 정상화 수순에 들어선 가운데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전 지난해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9∼10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기대감이 깔렸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위주의 S&P 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46포인트(1.20%) 오른 3232.3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말 저점 대비 40% 이상 급등한 것으로, 지난해말 수준을 넘어서며 연중 기준 상승 전환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461.46포인트(1.70%) 뛴 2만7572.44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10.66포인트(1.13%) 상승한 9924.7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테슬라는 7% 넘게 급등했고, 아마존도 1.6% 이상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하던 미국의 일자리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주식시장 랠리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5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5월 미국내 비농업 일자리 수는 전월보다 250만개 늘었다. 역사상 가장 큰 증가폭이다. 당초 시장은 725만개 감소(마켓워치 기준)를 예상했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 회복분은 그동안 잃은 일자리의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분명한 건 경기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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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돌아왔다"…다시 달리는 맨해튼 지하철
미국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였던 뉴욕시도 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갔다. 지난 3월22일 뉴욕주 전체에 외출금지령과 비필수 사업장 폐쇄 명령이 떨어진지 79일만이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직접 맨해튼 지하철에 탑승하며 뉴욕시 지하철 운행 재개를 알렸다.

이날부터 뉴욕시는 1단계 경제 정상화 일정에 따라 제조업, 건설, 농업, 어업, 도매와 일부 소매점의 물건 가져가기 또는 노상 판매를 허용했다. 뉴욕주의 경제 정상화 프로그램은 총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뉴욕시의 봉쇄 완화와 관련, "우리가 돌아왔다. 우리는 다시 경제를 다시 연다"며 "축하할 일이다.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경제를 재개방하는 것은 숫자가 그렇게 해도 된다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뉴욕주에선 피검사자 5만8054명 가운데 702명만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확진율이 1.2%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WB "올해 전세계 5% 역성장"
이날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5.2%로 대폭 내려잡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당초 세계은행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예상했으나 이번 보고서에서 -5.2%로 7.7%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다만 기저효과 등을 고려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6%에서 4.2%로 높여 잡았다.

이는 IMF(국제통화기금)의 전망치보다 낮다. 앞서 IMF는 지난 4월 올해 세계경제가 3.0% 역성장하고 내년 5.8%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경제에 대해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이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3배 가량 가파른 경기침체"라고 분석했다.

AP통신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가 최악을 지났다는 희망이 나오고 있지만,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사진=뉴스1(AFP)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사진=뉴스1(AFP)
이대로 정권교체?…바이든, 트럼프에 지지율 14%p 앞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14%포인트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선 결과에 따라 감세 등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가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날 CNN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은 55%로, 트럼프 대통령(41%)보다 14%포인트 높았다. 설문은 이달 2~4일 125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범위는 ±3.4%포인트.

지난달 이 매체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51%)은 트럼프 대통령(46%)보다 지지율이 5%포인트 높았는데 한 달 만에 격차가 두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주 ABC/워싱턴포스트, 몬머스대학, NPR/PBS/마리스트대학 등 3개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전역을 뒤덮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 속에서 연방군 투입 경고 등 '극우 행보'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온건 보수층까지 등을 돌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NN은 2016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0%를 넘은 적이 없었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중요한 이정표를 찍었다고 의미를 부였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우세했던 클린턴 후보는 전국 득표율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2.1%포인트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패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CNN의 여론조사는 그들의 보도와 마찬가지로 가짜"라며 "사기꾼 힐러리에 맞설 때도 비슷한 수치이거나 더 나빴다. 민주당이 미국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콜 헌터 골드만삭스 투자전략 담당 이사는 "올 11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푸른 물결'의 가능성이 커졌다"며 "2017년 이후 기업 이익을 떠받쳐온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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