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만큼 버텼다"…포스코 사상 첫 일부 유급휴업 돌입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6.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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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버틸만큼 버텼다"…포스코 사상 첫 일부 유급휴업 돌입


포스코(POSCO)가 사상 처음으로 일부 유급 휴업을 결정했다. 코로나19(COVID-19) 후폭풍으로 글로벌 철강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일부 설비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을 비롯해 현대제철과 일본제철 등 글로벌 주요 철강사들의 설비 가동중단이 이어진 가운데 포스코마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돌입했다.



8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개보수를 마친 광양3고로의 재가동 시점을 미루고 오는 16일부터 일부 생산 설비 가동을 멈추는 탄력조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 가동중단 설비와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광양3고로의 재가동 시점도 현재로선 확정되지 않았다.



생산설비가 멈춘 작업장 직원들은 사내교육이나 정비 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설비가 사흘 이상 멈춘 사업장에 대해선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업 기간 평균임금의 70%를 받는 유급휴업을 시행키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은 시행할 예정이 없다”며 “고용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것이 기본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일부 유급 휴업에 나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이 나온 1973년 이후 수차례 글로벌 경기 파고를 겪는 과정에서도 유급 휴업은 없었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다.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철강 경기 둔화에 올해 코로나19 발 충격까지 겹치며 대부분의 전방 산업이 위축된 게 이유다.

특히 전체 철강제품 생산의 30%를 빨아들이는 자동차발 수요위축이 직격탄이 됐다. 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약 15% 급감했고, 2분기엔 감소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핵심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며 원가 부담을 키웠다.

이 때문에 세계 3위 철강사 일본제철은 이미 제철소의 심장 격인 고로 3기를 멈췄다. 아르셀로미탈은 이탈리아 타란토 제철소의 생산을 25% 줄이기로 했으며 US스틸도 일부 고로시설을 세웠다. 지난 1일엔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포스코로서도 버틸 만큼 버텼다는게 업계의 분위기다. 10년 연속 세계 최고 경쟁력 철강사 자리를 유지한 원동력인 생산효율성과 고부가가치 제품이 뒷받침됐지만 극심한 불황을 이겨내진 못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조강 생산량 전망치를 당초 3670만톤에서 3410만톤으로, 제품 판매량을 3500만톤에서 3240만톤으로 각각 낮췄다.

관건은 글로벌 철강 수요 회복 시점이다. 코로나 변수로 수요 회복 시점은 오리무중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의 또 다른 원인인 미·중 갈등 진정도 필요한데 홍콩보안법 문제 탓에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른 상황이다. 포스코는 글로벌 수요 회복 추세에 발맞춰 설비 재가동 시점을 저울질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로 보수 시점에 전 세계적 불황이 덮친 것은 그나마 포스코에 다행”이라며 “고로를 멈췄다 다시 돌리는데 발생할 막대한 비용 부담만큼은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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