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연루 신라젠 '정관계 로비설' 검찰 "실체 없다" 결론(종합)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0.06.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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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림 서울남부지검 전문공보관이 8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신라젠 임원들의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영림 서울남부지검 전문공보관이 8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신라젠 임원들의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바이오기업 신라젠 임원진의 비리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정관계 로비 및 미공개정보 주식거래 등 핵심 의혹에 대해 "실체가 없다"고 발표했다. 10개월 넘게 이어진 검찰의 수사도 핵심 혐의자 9명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대부분 마무리됐다.

"로비 의혹 정황 전혀 없어…수사 필요도 계획도 없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8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신라젠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 부장검사는 이와 관련해 "수사를 할 때 (관련자의) 계좌는 물론이고, 압수수색 자료, 당사자의 진술을 종합해서 판단하게 되는데 (정관계 로비 의혹) 관련 정황이나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재단이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등 관련 의혹이 제기된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도 조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 부장검사는 "혐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단서나 정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에 조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계획도 없었다. 실제로 조사를 진행한 바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2016년 상장한 신라젠은 한때 시가총액 9조8000억원(코스닥 2위)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으나 항암제 '펙사벡' 임상 실패로 주가가 추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그러자 신라젠의 고성장 과정에서 여권 인사들이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일었다. 무명의 바이오기업이 갑자기 기술력과 성장성 등 미래 가치를 평가 받아 특례로 상장을 받고 고성장한 이유에는 상장 후 몇 달 만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 배경이 있으리라는 추측이었다.

2015년 신라젠의 기술 설명회에서 유시민 이사장이 직접 축사를 한 점이 부각되면서 여권 연루 의혹은 더욱 커졌다. 상장 전 신라젠의 최대주주였던 이 전 VIK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모임인 '노사모' 출신으로, 유 이사장이 이끌었던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때문에 신라젠의 기술특례상장에 여권 인사들이 개입했는지, 그 대가로 자금이 전달됐는지 여부를 두고 여러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검찰이 이날 로비설에 실체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관련 수사 역시 끝나게 됐다.

"미공개정보 주식거래 혐의 인정 어려워"
검찰은 문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임원진의 미공개정보 주식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문 대표와 이용한 전 대표, 곽병학 전 감사 등이 주식을 매각한 시점이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다.

그러나 펙사벡의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좋지 않다는 미공개정보가 생성된 시점은 지난해 3월로 문 대표 등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에 나서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모 신라젠 전무이사는 지난해 6월 보유 신라젠 주식 전량을 팔아 64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가 인정돼 이날 재판에 넘겨졌다.

핵심 혐의는 '무자본 불법 인수'…설계한 증권사도 함께 재판으로
대신 신라젠 임원진은 자금 돌려막기를 통한 부당한 방법으로 신라젠을 인수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문 대표 등은 2014년 3월 자기 자금 없는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규모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1918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미 이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외에도 문 대표는 특허대금을 부풀려 신라젠 자금 29억3000만원 상당을 관련사에 과다하게 지급해 신라젠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풀려 부여한 뒤 매각이익 중 38억원 가량을 돌려받아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했지만 그 중 일부에 대해 스톡옵션 행사를 포기하며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지난달 1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지난달 1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검찰은 이날 문 대표의 불법 인수를 도운 DB금융투자와 A 대표, B 부사장, C 상무보 등 임원진 3명에 대해서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서 부장검사는 "DB금융투자가 불법 BW 인수 구조를 설계하고 자금까지 제공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본다"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건전성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함께 입건해서 수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기소한 인원은 총 9명이 됐다. 4명은 구속기소, 5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검찰은 관련사 대표이자 신라젠 창업주인 황태호씨를 비롯해 해당 페이퍼컴퍼니 사주 A씨를 문 대표의 공범으로 보고 지난 29일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미 추징보전 조치를 통해 고가주택, 주식 등 문 대표 등의 1354억원 상당의 재산을 확보한 상태다. 추징보전은 법원의 판결에 대비해 미리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동결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조치를 통해 범죄로 얻은 부당이득을 철저하게 환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어 "신라젠 사건의 주요 부분에 대한 수사는 종결했고, 나머지 부분은 통상적인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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