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유튜브로 중계된 BTS(방탄소년단)의 가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 축사. /사진=유튜브 캡처
같은 표현이라도 좀 더 고민의 흔적을 안고 진심으로 공감되는 경험의 언어를 선사해줄 수는 없었을까.
최고의 위치에서 여전히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작은 용기부터, 고립된 환경에서 보는 긍정의 가치들, 모두가 나를 비난해도 칭찬해줄 단 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것까지 한 번 듣고 터는 소비용 언어가 아닌, 필터링 과정에서 자꾸 되 내이게 하는 소장용 멘트로 감각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20대 아이돌 그룹에게서 이런 표현을 듣는다는 건 가슴 뭉클하다. 이미 우리와 다른 잘난 이들이 주는 그렇고 그런 위로가 아니라 ‘너와 다르지 않다’는 그 평범한 상황을 특별한 묘사로 이해하게 하는 공감이 서려있다. 가식을 배제한, 몸으로 느낀 생생한 경험에서 나온 언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BTS(방탄소년단)의 'Black Swan' MV 1억뷰.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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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분짜리 영상에서 RM은 “나와 우리 멤버들이 하는 얘기가 어떤 식으로든 위로와 희망이 되고 영감이 되면 좋겠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중학교 졸업식 때 찍은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걸어뒀다며 “그때의 두려움과 벅찬 마음이야말로 나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고 전했다.
막내인 정국은 “남준(RM)이 형과 다르게 먼 길을 걸어온 거 같다"며 "나를 믿고 멤버를 믿고 세상을 믿고 지금 이 자리에 멤버들과 서 있기에 여러분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끊임없이 달려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 낯선 세상으로 나아가는 게 두려웠다고 진은 자신의 ‘청춘’을 소개했다. 그는 “때론 앞서가는 친구들이 신경 쓰였지만, 걸음이 느린 대신 남들보다 시간을 조금 더 들이는 습관을 갖게 됐다”며 “춤 연습을 하더라도 멤버들보다 며칠 앞서 준비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여유를 갖고 느려도 한 걸음 성실이 내디딘다면 예전에 몰랐던 소중한 것들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슈가는 “요즘 한참 달리다 넘어진 것 같은 기분”이라며 “그리도 다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섬 안에 갇혀버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섬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 나 자신의 틀을 깨보는 것"이라며 "여러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나도 방탄소년단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지민은 “여기 한국이라는 나라, 서울이라는 도시에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고, 제이홉은 “음악하다가 막다른 길에 다다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딱 한 번만 더’라는 생각으로 나를 일으켜 세운다”고 했다.
BTS(방탄소년단)의 'IDOL'(Feat. Nicki Minaj) MV 1억뷰. /사진=유튜브 캡처
재능 대신 즐거움에 빠져 이 자리까지 왔다는 뷔는 “졸업을 앞두고 무얼 해야 할지 잘 보이지 않는다면 자신의 진심에 기대 보라. 지금은 힘들어도 그 끝자락 어딘가에 기회와 행운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RM은 “우리 마음 어딘가에 불안감과 상실감이 아직 남아있다”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 마음을 추스르고 음악을 통해 모두 연결돼 있음을 느끼고 서로에게 웃음과 용기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 팝스타 비욘세,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이 연사로 참여했고 저스틴 팀버레이크, 테일러 스위프트, 빌리 아일리시 등이 스페셜 게스트로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