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삐라'가 문제일까…南 연일 몰아붙이는 北 속내는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0.06.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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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비난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접한 각계의 반향을 1면에 실었다. 신문은 '우리의 최고 존엄을 건드린 자들은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성 제목을 달았다. 사진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에서 건설자들이 '탈북자 쓰레기들'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비난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접한 각계의 반향을 1면에 실었다. 신문은 '우리의 최고 존엄을 건드린 자들은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성 제목을 달았다. 사진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에서 건설자들이 '탈북자 쓰레기들'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남측 정부를 연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접경지역 대북 전단 살포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북한이 전단을 명분 삼아 대남 비난을 쏟아내는 데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내부에 南 적대감 높이는 북한 당국
우선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와 5일 밤 통일전선부 대변인 발표 담화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대대적으로 실렸다는 점이 주목된다. 남측이나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주로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내던 전례와 다르다. 이는 이번 대남 비난의 목적이 대내적 필요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노동신문은 4일 2면에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를 실었다. 이어 6일 1면에 김 제1부부장 담화에 대한 북한 각계 반응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2면에 하루 전날 밤 내놓은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게재했다. 6면 논평 '절대로 용납 못 할 적대행위'에선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측 당국을 비난하며 남북관계 악화가 ‘남측 탓’이란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한 내 대남 적대감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런 메시지엔 의도적으로 내부에 남측과의 긴장을 부추겨 내부단속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 내부결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 내부 동요를 차단해야 할 필요가 높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수년간 대북제재 영향을 받던 북한은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도 닫았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변수까지 가세하며 북한 당국이 내세운 ‘정면 돌파전’이 연초 계획보다도 녹록하지 않아졌을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성대하게 치르는 걸 올해 최대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때에 맞춰 완공을 주문한 주요 건설사업들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가시적 성과가 어려워질수록 통제와 선전을 강화할 필요가 커진다. 북한의 내부단속 강화 필요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사무소 외벽에 대형 한반도 기가 걸려 있다. 2018.9.14/뉴스1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사무소 외벽에 대형 한반도 기가 걸려 있다. 2018.9.14/뉴스1

문재인 정부 ‘성과’ 콕 집어 없애겠다는 北
이번 대남 메시지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주요 성과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없애겠다는 ‘경고’를 내놨다는 점에도 이복이 쏠린다. 통전부 대변인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했다. 2018년 9월 개성에 설립된 연락사무소는 우리 정부가 ‘24시간 남북 상시 소통 창구’라며 매우 높은 의미를 부여했던 ‘성과’ 중 하나다. 이 성과를 무산시키겠다는 으름장인셈이다.

통전부는 “이미 시사한 여러조치들”을 뒤이어 시행하겠다고도 했다. 김 제1부부장 담화에 담긴 개성공단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재차 밝힌 것이다. 9.19 군사합의 역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 성과로 꼽힌다. 남북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해 이행이 온전히 된다면 실효적 의미 또한 상당하다.

북한이 대남 압박수위를 이처럼 높이는 데엔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연락사무소가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있다는 통전부의 비아냥거림엔 남측이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에 소극적이었다는 북한의 ‘하노이 이후’ 불만도 엿보인다.

북한이 경고를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전부는 “갈데까지 가보자”며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김 제1부부장을 ‘대남사업 총괄자’라 지칭하며 그가 담화에 지적한 내용의 실무적 집행을 위한 검토 착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연락사무소의 경우 코로나 확산으로 우리 당국자들이 모두 철수한 뒤 하루 두번 남북 교신으로 운영된다. 이 교신만 거부해도 연락사무소 운영이 중단되는 셈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이번 북한의 대남메시지에 대해 "대북전단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북한 경제가 점차 악화하는 가운데 실질적 진전이 없는데 대한 조바심의 방증일 수 있다"며 "21대 국회에 탈북민 국회의원 두명이 당선된 점 등과 관련, 내부 단속의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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