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몰린 주식 대부분 테마주…'투자 주의보'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6.07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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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최근 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신용융자(주식 투자를 위한 대출) 규모가 11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용융자가 급증한 종목 대부분이 변동성 높은 테마주여서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융자 잔액은 11조20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10월 12일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최대치 기록이다.

신용융자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세장에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증시가 코로나19(COVID-19)와 미·중 갈등 위기 속에서도 주요국들의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과 경제 재개 기대감에 상승세를 나타내자 신용융자도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고 주가 상승 모멘텀(재료)이 확실한 우량주라면 신용융자로 높은 수익을 올릴 확률이 높지만 문제는 최근 신용융자가 급증한 종목 상당수가 이슈에 따라 변동성이 큰 테마주라는 사실이다.

최근 일주일(6월1~5일) 간 주식수 기준으로 신용융자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KNN (882원 ▲8 +0.92%)이다. 지난 5일 신용융자 잔액은 1189만주로 일주일 전보다 371만주(45.4%) 늘었고 융자비율(총 주식수에서 융자잔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6.18%에서 8.98%로 상승했다.

KNN은 부산·경남 지역에 기반을 둔 방송사인데, 최근 정치 테마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홍정욱 전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었던 언론사 헤럴드와 KNN이 공동으로 영어 교육업체 '부산글로벌빌리지'에 투자하고 있어 홍 전 의원과 KNN은 동업자 관계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홍 전 의원은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헤럴드 지분 모두를 중흥건설에 매각해 현재는 지분관계가 없다.


KNN 주가는 정치 테마를 재료로 지난 4월27일과 5월29일 두 번 상한가를 기록했고 2달 동안 주가는 약 80% 올랐다. 하지만 여느 테마주처럼 KNN의 상승세도 오래가지 않았다. 신용융자는 지난 3일부터 급증했으나 일주일 동안 주가는 6.63% 하락했다.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한국프랜지 역시 최대주주가 홍 전 의원과 친족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주목받고 있다. 주가는 3월 저점 대비 3배 이상 급등했고 50만~60만주 수준이던 신융융자 잔액도 300만주로 확 늘었다. 주가 상승기에 신용을 쓴 투자자는 큰 차익을 실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일주일 간 성적은 신통치 않다. 신용융자는 47만주(18.3%) 증가했지만 주가는 반대로 10% 하락했다.

건설중장비·특수차량 업체인 수산중공업도 정치 테마주로 꼽힌다.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과 정세균 총리가 압해 정씨 종친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수산중공업의 신용융자 잔고는 347만주로 일주일 전보다 81만주(30.2%) 늘었는데, 주가는 지난 2일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동물 감염병 이슈가 있을 때마다 테마주로 거론되는 팜스토리와 한일사료도 최근 신용융자가 급증했다. 팜스토리는 일주일 전 대비 194만주(108.9%)늘었고 한일사료는 165만주(88.8%) 증가했다. 하지만 그 동안 팜스토리 주가는 보합에 그쳤고 한일사료 주가는 0.5% 하락했다.
신용융자 몰린 주식 대부분 테마주…'투자 주의보'
일주일 간 신용융자 185만주(38.7%)가 늘어난 신성통상은 일본제품 불매운동 테마주로 분류된다.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에 대항할 국산 브랜드(탑텐, 지오지아 등)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다. 정치 테마주로 간주되는 SDN 역시 100만주 가까이 신융융자가 늘었다.

신용융자가 몰린 테마주의 공통점은 주당 가격이 1000~2000원대로 저렴하고, 시가총액이 1000억원 안팎으로 작아 이슈에 의한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주가가 급등할 때는 신용융자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주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크다.

최근 신용융자가 급증한 종목들도 일주일 간 수익률은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 특히 신용융자는 높은 이자율과 반대매매(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것) 우려로 인해 '바이앤홀드'(매수 후 보유) 전략이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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