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원 마스크' 첫날…오픈 2시간 전에 받은 번호표 899번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0.06.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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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트레이더스 월계점, 마스크 찾는 고객들 몰려

6일 오전 트레이더스 월계점/사진=이재은 기자6일 오전 트레이더스 월계점/사진=이재은 기자


"번호표 배부 끝났습니다. 번호표 있는 고객님만 마스크 받아가세요."
"오픈 맞춰 왔는데 벌써 번호표가 떨어졌다니 말이 돼요?"

5일 오전 9시40분, 오픈을 20분 앞둔 시각 서울 노원구 월계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장당 320원에 일회용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는 소식에 고객들이 몰리면서다.



트레이더스 진입 500m 전부터는 차들이 길게 늘어섰고, 오픈 시간에 맞춰 들어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중간에 내려 트레이더스를 향해 뛰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6일 오전 9시40분 트레이더스 월계점. 오픈을 앞둔 시간이지만 마스크 조기 소진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이재은 기자6일 오전 9시40분 트레이더스 월계점. 오픈을 앞둔 시간이지만 마스크 조기 소진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이재은 기자
수십명이 오픈 전 트레이더스 앞에 서서 북적였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직원들의 안내는 허망했다. 직원들은 내내 "번호표 배부 끝났습니다" "번호표가 없으면 마스크 구매는 불가능합니다"라는 말을 외치며 돌아다녔다.



오픈 시간을 맞춰 마스크 구매를 위해 일부러 트레이더스를 찾았다며, 직원들에게 십여명의 고객이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 고객은 "몇시에 번호표를 배부한다고 알려주지 않고 찾아온 수고를 헛되게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항의가 거세지자 한 직원은 "이렇게 대량으로 판매하는 게 처음일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부터 일회용 마스크를 매일 팔아왔다"며 "매일 번호표를 배부해왔고 똑같이 해오던 대로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6일 오전 10시 트레이더스 월계점 고객안내센터에 다수 고객들이 몰려 마스크 물량 소진 여부와 번호표 배부 방식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6일 오전 10시 트레이더스 월계점 고객안내센터에 다수 고객들이 몰려 마스크 물량 소진 여부와 번호표 배부 방식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그는 또 "매일 밤 12시부터 다음날 마스크 수량에 대한 번호표를 배부한다"면서 "줄 세우기를 할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해 번호표를 드리는 것이고, 밤에 드리지 않으면 고객분들이 밤새 줄을 서시기 때문에 불편을 줄이기 위해 밤부터 나눠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호표를 받은 고객은 영업시간 내 점포를 아무때나 다시 방문해 번호표를 내고 마스크를 받아갈 수 있다.


점포당 매일 700~1000박스가 입고돼 판매된다. 이날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1000박스에 대한 번호표를 배부했다.
6일 오전 10시 트레이더스 월계점 직원에게 고객들이 마스크 물량 소진 여부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6일 오전 10시 트레이더스 월계점 직원에게 고객들이 마스크 물량 소진 여부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번호표를 받은 고객들은 아침 일찍 점포를 찾았다가 다시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주부 A씨는 "트레이더스 바로 앞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새벽 6시에 찾아 번호표 150번을 받고 오픈 시간에 맞춰 다시 왔다"고 말했다.

주부 나모씨(40)도 "아침 8시에 찾았다가, 다시 왔다"며 "8시에 이미 번호표 번호가 899번이라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구가 많아서 일회용 마스크가 많이 필요했는데 저렴하게 나왔다니까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트레이더스 측은 마스크를 배부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이마트가 보건용 마스크를 대량 입고해 판매하던 과정에서 줄 서기가 발생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의식하는 듯 했다. 직원들은 "이쪽에서 번호표를 주시고 마스크를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주세요"라고 외쳤다.
6일 오전 9시40분, 오픈 전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이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6일 오전 9시40분, 오픈 전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이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이 같은 트레이더스의 조치에 만족감을 표하는 고객도 있었다. 김민규씨(52)는 "아침 7시40분에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고 방문해 700번대 번호표를 받았다"며 "'줄을 서게 하면 코로나19가 옮을텐데 어쩌나' 걱정하며 왔는데 번호표 시스템을 운용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사러 온 김에 다른 물건을 구입하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A씨는 "마스크를 구매한 김에 만두 등 식료품을 샀다"며 "여름용 슬리퍼도 저렴하게 나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레이더스는 이날부터 전국 18개 트레이더스 매장에서 일회용 마스크를 판매한다. 한 매장당 하루 판매량은 700~1000박스로, 대형·소형 일회용마스크 50개입 1박스를 1만5980원에 판매한다. 장당 가격은 320원이다. 구매 개수는 1인당 1박스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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