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서 3억원대 아파트 지우자" 청주 싹쓸이한 그들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20.06.08 07:04
글자크기

[생생부동산]방사광 가속기 유치 전부터 투자자 진입…'묻지마 갭투자·미분양 싹쓸이'

☞머니투데이 부동산 전문 유튜브채널 '부릿지'는 외지 투자자들이 언제부터, 어떻게 청주 부동산 시장을 띄웠는지에 대한 생생한 영상을 9일(화요일) 오후 6시에 공개합니다. '부릿지'를 구독하시면 알찬 부동산 정보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지도에서 3억원대 아파트 지우자" 청주 싹쓸이한 그들






"지도에서 3억원대 아파트 지우자" 청주 싹쓸이한 그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1000만원씩 올랐어요. 청주 살면서 이렇게 부동산이 오르는 건 처음이에요"(청주시 A공인 중개사 )



"전국에서 20대부터 80대까지 몰려왔어요. 법인이나 공동투자로 매물을 담는데 코로나도 이들을 못 막았어요"(청주시 B공인중개사)


충청북도 청주시 부동산 가격 흐름이 심상치 않다. 청주는 2016년부터 미분양이 속출하는 '건설사의 무덤'이었다. 바로 옆 대전과 세종시 부동산이 들썩일 때도 "역시 청주는 안 오른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돈을 싸 들고 온 외지 투자자에게 투자를 말릴 정도였다.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던 청주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청주로 향하자 쌓였던 미분양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5월 8일 청주 청원구 오창읍에 방사광 가속기 유치 소식이 터지며 불이 붙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첫째 주(1일 기준) 청주시 청원구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1.00%로 지난주 0.89%에 이어 2주 연속 전국 시군구 중 1위를 차지했다. 청주시 전체 상승률은 0.61%를 나타냈다.

외지 투자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입…"코로나도 못막아"
"지도에서 3억원대 아파트 지우자" 청주 싹쓸이한 그들
외지인이 본격적으로 청주 시장에 관심을 보인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당시 청주시 공인중개업소 사이에서 "외지 투자자가 청주 아파트를 주워 담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한국감정원 월별 매입자거주지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청주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인 거래건수는 463건으로 지난해 8월 295건 대비 56%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아파트 매입 건수 중 외지인 비중도 14%에서 22%로 늘었다.

이후 외지인의 청주 투자가 가파르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청주 내 외지인 매입 건수는 총 1096건으로 급증해 청주시 전체 거래 중 외지인 매입 비중이 40.3%로 늘었다. 이후 30%대를 유지하다 지난 4월 다시 40.3%가 됐다.

청주시 흥덕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청원구 전에 청주 대표 아파트 단지들이 모여있는 흥덕구나 상당구는 외지 투자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거 몰려왔다"며 "투자자에게 물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과 대전, 세종시에서 이미 이득을 보고 청주로 들어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대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찾아왔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2~3월에도 이들은 청주에서 집을 사갔다"고 말했다.

갭 작은 신축에 '묻지마 투자'…"3억원대 아파트 노려라"
"지도에서 3억원대 아파트 지우자" 청주 싹쓸이한 그들
청주에 들어온 외지인이 노린 아파트는 △매매가 3억원대 이하 △갭 5000만원 미만 △입주한 지 5년 내외 신축아파트였다. 수도권 규제지역을 피해 투자금액이 크지 않고 작은 갭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이다.

청주 흥덕구 복대동 '두산위브지웰시티 단지'를 비롯해 흥덕구 가경동 '가경아이파크 단지', 송절동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인근 '테크노폴리스 푸르지오, 지웰, 우미린 아파트' 등이다. 모두 지난해 하반기 전용 80~84㎡ 매매가가 3억원대를 유지했던 곳들이다.

특히 청주 대장주였던 두산위브지웰시티2차아파트에 외지인이 몰렸다. 실거래가 기준 전용 80㎡가 지난해 9월 평균 3억6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해 12월 최고 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당시 이 아파트는 전세가가 3억원대로 3000~4000만원 현금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현재 같은 크기의 아파트 매매 호가는 6억5000만원에 이르고 갭은 3억원대까지 벌어졌다.

내년 5월 입주를 앞둔 가경동 아이파크3단지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해 9월 3억2000만원에서 지난 4월 4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갭이 작은 매물이 나오면 현장을 직접 둘러보지 않고 동과 호수만 듣고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투자자들은 자기들끼리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도에서 3억원대 아파트를 지우자'며 이번 대상이 청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분양 물량이 나온 아파트 단지에 관광버스 2대가 내려와 남은 물량을 쓸어가기도 했다"며 "특히 30대가 발품을 팔러 많이 왔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법인이나 공동투자를 활용하는 투자자도 많았다"고 말했다.

청주 청원구, 방사광 가속기로 들썩..."전화 수십통씩 투자자 문의 쇄도"
"지도에서 3억원대 아파트 지우자" 청주 싹쓸이한 그들
불이 붙기 시작한 청주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은 건 방사광 가속기 유치 소식이다.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만든 빛으로 미세물질 구조를 관찰하는 첨단 장비다. 바이오, 반도체, 신약 개발 등 첨단산업에 꼭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사업이 향후 13만여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소식을 듣고 투자자가 몰렸다.

한국감정원에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오창읍 대표 아파트 '한신 더 휴 센트럴파크' 전용 84.99㎡ 7층 매물은 지난 3일 5억42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5월13일 2억8500만원에 거래됐는데 3주만에 2억5700만원이 오른 것이다. 하루마다 1000만원 넘게 오른 셈이다.

청주시 청원구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C씨는 "5월8일 발표 당일 서울에서 수십통의 연락을 받았다"며 "서울에서 KTX를 타고 밤에 내려와 매물 있으면 꼭 좀 연락을 해달라는 투자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을 했던 매물도 꽤 있었는데 방사광 가속기 유치 소식이 나오자 매도자가 당일 계약을 깨버리고 계약금을 보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집값 급등에 청주 시민 "부담돼"…전문가 "풍선효과 잡아야"
청주 집값이 급등했지만 청주에서 내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나 신축 아파트로 옮기려던 실거주자들은 반갑지만은 않다. 단기간에 집값이 폭등하면서 매수 타이밍을 놓쳐버려서다.

청주시 상당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D씨는 "청주 시민들은 집값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에 집을 섣불리 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급등하는 걸 보고 뒤늦게 매수한 시민들도 있지만 갑자기 너무 올라 결국 매입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가 청주까지 온 것으로 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청주의 집값 상승은 투기적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주택가격에 따라 대출을 통제하는데 청주는 9억 미만이 대부분이고 비규제 지역이어서 풍선 효과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청주는 현재 비규제 지역인데 앞으로 조정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투기자본이 더 몰릴 수 있다"며 "더 많은 투기 세력이 들어오지 못하게 규제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