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VC 5년새 3.2배 성장…韓은 아직 '금지'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0.06.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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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외발자전거 탄 벤처생태계]

편집자주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흔히 ‘외발자전거’에 비유된다. 투자시장에 비해 인수합병(M&A) 등 회수시장이 척박해서다. 회수시장이 여의치 않으니 투자시장이 성장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투자 여력이 큰 대기업들은 규제로 전략적 투자가 막혀 있다. K-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상당수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아예 회사를 처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국내 벤처투자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본다.

글로벌 CVC 5년새 3.2배 성장…韓은 아직 '금지'


300여개. 구글 지주사 알파벳의 자회사인 구글벤처스(GV)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 활동하는 기업의 숫자다. 누적 투자규모는 450억달러(54조원)가 넘는다. IT·테크 분야부터 우버, 블루보틀 등 소비재까지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에디타스, 원메디컬 등 바이오 기업에도 투자한다. 모기업인 구글이 그리는 사업모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는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구글처럼 자회사로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를 통해 스타트업·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CVC 투자액수는 571억달러로 5년전 대비 3.2배 성장했다. 같은기간 투자건수도 3234건으로 2.2배 늘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는 데는 재무적 실패를 감수하고서라도 연구개발(R&D)와 신사업 학습 기회로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구조하에서 직접 R&D 및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는 것보다 스타트업을 투자·인수합병(M&A)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CVC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같은 전략적 투자를 하기 위해 설립한 전문 자회사다. 모기업과의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한다. 구글 지주사 알파벳은 물론 인텔(인텔캐피털), 세일즈포스(세일즈포스벤처스), 퀄컴(퀄컴벤처스) 등 수많은 기업들이 CVC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CVC 5년새 3.2배 성장…韓은 아직 '금지'
미국은 물론 중국도 CVC 투자에 활발하다. 칭화대학교에 따르면 2018년 중국 CVC의 투자규모는 203억위안(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표 인터넷 기업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뿐 아니라 레노버, 하이얼 등도 CVC를 운영하고 있다.

CVC로 인해 벤처투자시장에 대기업 자본이 유입되면서 회수시장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고 있다. M&A 등 비중이 높아지면서다. 한국벤처투자 해외 VC 동향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벤처투자 기업 중 M&A를 통한 회수는 627건으로 전체(882건)의 71%를 차지했다. M&A를 통한 회수가 3~5% 수준에 그치고 있는 국내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전세계가 CVC 주도로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대기업 자본이 벤처·스타트업계로 흘러들어가고 이를 통해 오픈이노베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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