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C
#우리는 ‘이효리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효리의 시대’에 살고 있다. 거부해도 소용없다. 그는 단순히 ‘인기 있는 연예인’이 아니다. 세기말부터 21세기를 관통하는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표현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다.
왜냐고? 한번 따져보자. 이효리는 1세대 아이돌 그룹의 태동기인 1998년 걸그룹 핑클의 멤버로 데뷔했다. 물론 원조는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내세운 SES의 대항마로 ‘2등주의’ 노선을 걷던 대성기획이 야심차게 내놓은 걸그룹이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따졌을 때는 2등이라 할 수 없다. ‘내 남자친구에게’, ‘영원한 사랑’, ‘루비’, ‘화이트’, ‘블루 레인’, ‘나우’ 등 히트곡이 즐비하다. 리메이크도 핑클이 하면 달랐다. ‘늘 지금처럼’, ‘당신은 모르실거야’ 등이 반향을 일으켰다.
당연히 ‘인기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CF 시장은 이효리에게 몰두했다. 그가 참여했던 ‘애니모션’ 광고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또한 그는 가장 인상적인 소주 광고 모델로 손꼽힌다. 지난해 온라인 리서치 데이터스프링코리아가 운영하는 패널나우가 남녀 2만 7000여명을 대상으로 ‘역대 최고의 소주 광고 모델은?’이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효리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수지(2위)와 아이유(3위)가 그 아래였다. 그가 무려 9번의 재계약을 맺으며 5년 넘게 모델로 활동한 ‘처음처럼’은 이효리 효과에 힘입어 대항마인 ‘참이슬’과 어깨를 견주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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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효리는 자신의 이런 다짐을 실천해가고 있다. 그래서 다들 이야기한다. 이효리는 이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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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포스트 이효리’를 만나지 못했다
2000년을 전후해 이효리는 어디서든 만나볼 수 있었다. 가수로도 활동이 왕성했고, 유재석과 함께 SBS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하며 예능 시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2009년에는 유재석과 함께 연예대상도 받았다. 술 한잔 걸치러 가면 소주 광고 모델인 이효리가 벽면에 붙어서 "한 잔 하실래요?"라고 물었다. 그가 출연한 CF만으로도 ‘이효리의 하루’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혼 이후 이제는 어디서도 이효리를 보기 어려워졌다. 간간이 제주도살이를 하는 ‘셀러브리티 이효리’가 아니라 ‘제주도 소길댁’의 소식이 들려올 따름이었다. 이때부터 이효리의 이미지는 ‘희소성’으로 치환된다. 박수칠 때 떠나 모두가 그를 궁금해할 때 아주 깊숙이 숨어버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방식도 탁월했다. 민박집 주인이라니…. 대중 연예인이라는 표현에 가장 적합한 그가 대중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는 방식으로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효리네 민박’는 10%가 넘는 시청률을 거두며 JTBC가 지상파, tvN과 어깨를 견주는 예능 강자로 급부상하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그동안 숱한 ‘포스트 이효리’가 등장했다. 물론 그 여가수들이 자처하고 나서지는 않았다. 언론이 이를 부추겼다. ‘이효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방법이 없는 탓이다. 게다가 ‘포스트 이효리’라 부르면 대중이 한번 쯤은 더 관심을 보냈다. "과연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는 마음이었으리라.
하지만 다들 ‘포스트 이효리’에서 그쳤다. ‘이효리를 넘었다’는 수식어가 붙은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물론 가창력이나 음악성만 놓고 봤을 때, 이효리를 뛰어넘은 여가수는 많다. 과거에도 많고 지금도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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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효리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혼성 그룹을 결성한다. 절친한 방송인 유재석, 가수 비가 함께 한다. 이름도 정했다. ‘싹3(SSAK3)’다. "연예계를 싹 쓸어보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한동안 주춤하던 비까지 때마침 ‘1일 1깡’ 열풍과 함께 강제 전성기를 맞았다. 이쯤 되면 모든 우주의 기운이 이효리를 향하고 있다고 할 법하다.
지난해 케이블채널 tvN ‘일로 만난 사이’에 출연한 이효리는 "연예인이 아니면 무엇을 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난 본투비(born to be) 연예인인 것 같다." 맞다. 그러니 이효리는 연예인으로 살아야 한다. 포스트 이효리가 없다면 결국 이효리가 다시 움직여야 한다. 대중은 그걸 원한다.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