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뚝심 통했다…삼성전자 13%·현대차 20% 수익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6.0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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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동학개미'가 결국 승리했다. 코스피가 2100선을 돌파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이 대부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다. 외국인과 기관에는 못 미치지만, 이전과 달리 선방했다는 평가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부터 지난 3일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15개의 평균매수단가와 3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15개 가운데 12개가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이들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7.86%에 달한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인버스(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 종목 3개를 제외하면 평균 수익률은 15.51%다.



가장 큰 수익률을 낸 종목은 삼성SDI (401,000원 ▼4,500 -1.11%)로, 유일하게 3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SK (155,500원 ▼1,300 -0.83%)(21.13%), 현대차 (235,000원 ▲4,000 +1.73%)(19.84%), 카카오 (48,600원 ▼500 -1.02%)(19.54%), KB금융 (63,700원 ▼300 -0.47%)(17.97%) 등도 10~20% 수익률을 냈다.

'국민주'로 불린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의 수익률도 13.30%로 선방했다. 개인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무려 1조4019억원에 달한다.



약 세 달동안 개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8조6236억원, 코스닥에서는 3조5709억원을 사들였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47.3%, 코스닥은 73.4% 올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1조3773억원을, 코스닥에서는 1조1507억원을 순매도한 점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한국 증시를 견인한 것이다. 개인이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는 이른바 주식시장의 '머피의 법칙'을 동학개미들이 깨트린 것이다.

그러나 인버스ETF(상장지수펀드)의 수익률은 고전했다. 지난 3월 코스피가 1500선까지 무너지면서 '2차 급락'이 올 것이란 기대감에 상당수 투자자들이 인버스 상품에 쏠렸으나, 지수가 꾸준히 반등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KODEX200선물인버스2X의 수익률은 -32.14%로 가장 낮았다. 이 상품의 순매수액은 2조4814억원으로, 개인 전체 코스피 순매수액의 28.7%를 차지한다. KODEX 코스닥150 선물인버스, KODEX 인버스 (4,365원 ▲90 +2.11%) 등도 각각 -19.15%, -17.40%를 기록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외국인이나 기관에는 못 미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21.61%, 20.61%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수 종목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셀트리온제약 (89,700원 ▼2,200 -2.39%)(55.57%)였고, 에이치엘비 (100,000원 ▲2,700 +2.77%)(33.76%), 셀트리온 (172,900원 ▼4,200 -2.37%)(30.42%), 엔씨소프트 (164,900원 ▼3,900 -2.31%)(18.47%), 삼성바이오로직스 (781,000원 ▼9,000 -1.14%)(16.72%) 순이었다. 대부분 바이오주나 언택트(비대면) 관련주가 높은 성적을 거뒀다.

상위 15개 종목 가운데 개인과 외국인이 모두 사들인 종목은 카카오 (48,600원 ▼500 -1.02%)가 유일했다. 카카오는 코로나19로 떠오른 언택트 업종의 가장 큰 기대주로 꼽힌다. 개인은 카카오 주식 5758억원어치를, 외국인은 773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평균매수단가가 달라 외국인(27.64%)이 개인(19.54%)보다 더 큰 수익률을 거뒀다.

외국인은 순매수 상위 종목 15개 가운데 ETF가 8개로,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특히 KOEX MSCI KOREA TR, KODEX Top5PlusTR (21,820원 ▼460 -2.06%) 등 TR ETF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TR ETF는 일반 ETF와 달리 배당금을 투자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주식에 재투자하는 상품이다.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한 이후 국내 증시는 '팔자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고, 개인은 오히려 차익실현에 나서는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1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1조71735억원을 팔아치웠고, 외국인은 같은 기간 2689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상위 매수 종목이 대부분 ETF인 점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인다. ETF시장은 1차시장인 발행시장과 2차시장인 유통시장으로 나눠지는데,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집계되는 ETF 거래금액은 2차시장인 유통시장을 말한다. 1차시장에서는 개인을 제외한 외국인·기관 등이 참여 가능하다.

안현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팀장은 "유통시장에서 매수량이 늘어났다고 해서 곧바로 ETF의 운용자산(AUM)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유통시장에서 매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행시장에서는 환매를 통해 매도하는 '착시현상'이 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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