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미국과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연계가 코로나19의 치명타를 맞았다. 브로드웨이는 6월까지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으나 올해 안에 다시 문을 열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일하게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되고 있는 곳이 한국이다. 지난해 12월 부산부터 공연한 '오페라의 유령'은 서울 공연에서 앙상블 배우 중 확진자가 발생해 잠시 공연이 중단되었으나 철저한 방역을 거쳐 공연을 재개했다. 현재 '오페라의 유령' 공연장에서는 발열 체크와 문진표 작성은 물론 분사형 소독기를 마련해 손뿐만 아니라 전신 소독이 가능하게 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한국이 유일하게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는 나라이며, 영국 문화부는 한국의 대응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오페라의 유령'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가는 K-방역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오페라의 유령'이 지난 30년 동안 한결같은 사랑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대, 의상, 노래, 드라마 모든 부문에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클래식 집안에서 자란 웨버는 데뷔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는 록 오페라를 선보였지만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장기를 발휘해 우아하고 아름다운 팝클래식으로 담아냈다. '오페라의 유령'의 명곡들 ‘The Phantom of the Opera’, ‘Music of the Night’, ‘Think of Me’, ‘Masquerade’ 등은 광고나 드라마 BGM, 행사 음악 등으로 애용돼 뮤지컬을 보지 않은 이들조차도 익숙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무엇보다도 '오·페라의 유령'을 고전으로 만든 것은 마음을 줄 수밖에 없는 유령의 캐릭터와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이다. 작곡가이자 연금술사이고 철학자이며 건축학자인 유령은 테마곡 ‘The Phantom of the Opera’처럼 카리스마 넘치고 좌중을 압도하는 능력을 가진 절대적이고 신비스런 인물이다.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가면 속에 아픔을 숨긴 상처가 유령을 더욱 매혹적인 인물로 만든다. 유령은 신비로운 매력에 빠져들게 하면서도 연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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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오페라의 유령'의 처음 등장하는 음악이 웅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테마곡인 ‘The Phantom of the Opera’로 생각한다. 작품은 유령이 사라지고 10여 년 후 경매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이때 경매로 나온 원숭이 오르골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음악이 바로 2막 가면무도회 장면에 나오는 ‘Masquerade’이다. 2막 가면무도회 장면에서는 화려한 의상과 무대로 현혹되어 노래의 의미를 놓치기 쉽지만 실제 이 곡은 화려함 뒤에 숨은 상처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곡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왜 웨버가 서곡에 앞서 ‘Masquerade’를 선보였는지 이해가 된다.
박병성(공연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