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이율 유지' 메리츠화재, 알고보니 사업비 인상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6.05 06:56
글자크기
*자료=각 사*자료=각 사


초저금리로 인해 국내 대부분의 보험회사가 예정이율을 내린 가운데 메리츠화재만 손해보험회사 중 유일하게 예정이율을 인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메리츠화재만 보험료가 오르지 않은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예정이율을 안 내리는 대신 예정 손해조사비용을 세 차례 올려 실제론 다른 회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험료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5월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예정이율은 2.5%로 손보사 중 가장 높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금리인하를 감안해 최근 예정이율을 낮춘 것과 대조된다. 현재 주요 손보사의 예정이율은 2.0~2.25%대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과 환급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받은 보험료에 적용하는 이율이다. 예정이율을 내리는 것은 보험료를 운용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의미이며 고객이 내는 보험료는 오르게 된다.

다른 보험사들이 예정이율을 내린 상황에서 메리츠화재만 예정이율을 유지했으니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인하한 효과가 발생한다. 그래서 일부 법인대리점(GA) 설계사들은 메리츠화재의 보험료가 타사보다 15% 가량 싸다고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가 예정이율은 그대로 두고 예정 손해조사비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올렸다. 예정 손해조사비란 보험금을 지급을 결정할 때 들어가는 손해조사비를 미리 가늠해 산출한 후 보험료에 반영한다. 손해조사비가 오르면 보험료도 높아진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1월, 4월, 5월 세 번에 걸쳐 보장성 상품의 손해조사비를 평균 6% 이상 인상했다. 운전자보험의 경우 20% 이상 올렸다. 같은 기간 다른 손보사들은 한 번 올렸고 그 폭은 3% 내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예정이율을 안 건들었지만 손해조사비를 손 댔기 때문에 결국 메리츠화재의 보험료는 타사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일부 상품은 더 많이 올린 셈”이라며 “유일하게 보험료가 안 올랐다고 마케팅을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기간 내 예정 손해조사비용을 세 차례 인상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내용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예정 손해조사비 인상 등으로 메리츠화재의 보험료가 올라 상품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제시한다.


메리츠화재는 2015년 김용범 부회장 취임 후 영업관리 조직을 모두 없애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장기보험에 ‘올인’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마저 위협할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와 높은 설계사 수수료가 무기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장기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90% 이상으로 치솟는 등 악화하자 보험료를 점차 올릴 수 밖에 없었고, 설계사 수수료도 계속 파격적으로 줄 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현금흐름 방식의 보험료 산출체계를 기반으로 해 합리적으로 보험료 조정을 하고 있다”며 “업계 최고수준의 투자수익률을 기반으로 예정이율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고객들이 많이 찾는 상품군에서는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