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간 맑은 공기 마셨죠? 3600원입니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2020.06.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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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의 역설' 맑은 하늘 간직하려면…(下)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로 인간의 활동이 멈추자 푸른 하늘이 되돌아왔다. 이른바 '코로나의 역설'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시행된 '계절관리제'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장과 차량이동이 멈추면서 중국, 한국의 대기 질이 개선된 점을 고려할 경우 진짜 '계절관리제'의 효과는 내년에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맑고 깨끗한 하늘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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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발전과 경유차."



1년 전 환경의 날인 6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꼽은 국내 미세먼지 주요 원인이다. 미세먼지가 몰리는 지난 겨울 석탄 발전소는 운행을 멈췄다.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분명했다. 하지만 맑은 하늘을 앞으로 계속 유지하려면 전기요금이 비싸지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3일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집중관리 기간인 계절관리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시행됐다. 계절관리제 핵심 정책 중 하나는 석탄 발전소 가동 중단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국 60기 석탄 발전소 중 8~15기를 세웠다. 공장 문이 많이 닫는 주말엔 가동 중단 석탄 발전소가 늘어나는 식이었다. 발전소를 80%까지만 돌리는 상한 제약도 최대 49기까지 시행했다. 날씨가 따듯해진 지난 3월 가동을 멈춘 석탄 발전소는 최대 28기였다.

지난 3월, 석탄 발전소 절반 가동 중단

현대건설 당진화력발전소 9 10호기 / 사진제공=현대건설현대건설 당진화력발전소 9 10호기 / 사진제공=현대건설

석탄 발전을 줄인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 셋째 주까지 석탄 발전 부문 미세먼지 배출량은 전년 대비 39.4%(2011톤) 줄었다. 또 지난 3월 미세먼지 예상 배출량은 전년보다 35.8%(405톤)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감축 수준은 경유차 등 차량이 약 20일 넘게 내뿜는 미세먼지와 비슷한 양이다.

석탄 발전소 가동 중단은 전체 미세먼지 감축에도 영향을 끼쳤다. 환경부는 코로나19 여파가 적었던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계절관리제 정책이 미세먼지 감축에 34%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미세먼지 나쁨(36㎍/㎥ 이상) 일수는 전국 평균 2일 감소했는데 석탄 발전소가 가장 많은 충남(30기)은 9일 줄었다.

대가도 적지 않다. 정부는 석탄 발전을 축소하는 대신 모자라는 전력을 메우기 위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더 돌렸다. LNG 발전소 미세먼지 배출량은 석탄 발전소와 비교해 10분의 1로 적다. 반면 kWh당 LNG 발전 단가는 지난 1분기 기준 114원으로 석탄(93원)보다 높다.

한국전력공사가 추계한 계절관리제 기간 내 미세먼지 대책비용은 8134억원이었다. 이 비용은 석탄 발전을 줄이고 LNG 발전을 늘리면서 추가로 소요된 전력 구입비에 해당한다. 산업부는 이 비용을 반영해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할 계획이다.

◆ "월 전기요금, 1200원 인상"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주최로 열린 석탄발전소 퇴출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4.29/뉴스1(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주최로 열린 석탄발전소 퇴출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4.29/뉴스1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겨울철 9~14기, 봄철 22기의 석탄 발전소를 멈출 경우 세대 당 전기요금이 약 1200원 오른다고 추계하기도 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면 전기요금 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석탄 발전 외에 대형 공장·자동차 부문 미세먼지 감축 대책 등을 고려하면 맑은 하늘의 대가는 8134억원보다 더 커진다. 또 정부 구상대로 석탄 발전이 계속 축소되면 앞으로 전기요금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나온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년) 워킹그룹 주요 논의결과를 보면 2034년 가동한지 30년을 채우는 석탄 발전소 30기는 모두 사라진다. 빈 자리는 LNG 발전소가 채운다. 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도 확대된다.

전체 발전설비 중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7.1%에서 2034년 14.9%로 떨어진다. 같은 기간 LNG 비중은 32.3%에서 31%로 비슷하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5.1%에서 40%로 늘어난다. 발전 단가가 비싼 LNG,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기요금이 더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세종=박경담, 기성훈 기자

노후경유차 100만대, 올겨울 수도권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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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발전소와 함께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인 노후 경유차의 운행 제한은 다음 계절관리제(2020년 12월~2021년 3월) 기간에 본격 시행된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강력한 미세먼지 감축 수단이 추가되는 것이다.

3일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에 따르면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 대비 수송 부문 비중은 29%다. 수송 부문 중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는 절반에 가까운 42%다. 노후 경유차가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의 12.2%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환경부는 당초 노후 경유차 등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을 지난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실시할 계획이었다. 운행 제한 지역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인구 50만명 이상인 도시다. 하지만 실제 시행은 못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미세먼지 특별법이 계절관리제가 끝날 즈음인 지난 3월 6일 국회를 통과해서다.

5등급 차량, 수도권·50만 이상 도시서 못 다닌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중부지방의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나쁨'을 나태내고 있는 11일 오후 서울 한강대교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20.5.11/뉴스1(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중부지방의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나쁨'을 나태내고 있는 11일 오후 서울 한강대교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20.5.11/뉴스1
5등급 차량은 경유차는 2002년 7월 이전, 휘발유차는 1987년 이전에 생산된 차량이다. 돌아오는 계절관리제 기간에 운행 제한이 도입되면 5등급 차량 중 화물차 등 생계형 차량을 제외한 절반 정도가 대도시를 다니지 못하게 된다. 지난달 말 기준 5등급 차량이 195만5072대인 점을 감안하면 약 100만대가 운행 제한을 적용받게 된다.

운행 제한 조치를 어기면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이 외에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해제됐던 공공기관 차량 2부제도 다음 계절관리제 기간에 시행된다. 수송 부문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환경차 전환 가속화, 경유세 개편, 교통 수요 관리 등이다.

정부가 친환경차 확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신차 등록 차량 가운데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비율은 지난해 8.0%에 불과하다. 친환경차 소비에 앞장서야 할 공공부문은 지난해 전체 구매 차량 중 27.6%(4270대)만 친환경차로 채웠다.

◆ 미세먼지 줄이려면…친환경차 보급 속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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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공공부문마저 친환경차 구매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친환경차 비중을 2022년 35%, 2030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경유세 개편도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제시된다. 경유 가격을 올려 경유차 소비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경유세 체계를 바꾸기까진 산 넘어 산이다.

화물차주 등 경유차 보유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고 경유 가격 인상이 미세먼지 감축에 큰 효과가 없다(2017년 조세재정연구원)는 반론도 있어서다.

아울러 카셰어링, 친환경 대중교통 확산, 주차요금 개편 등 교통 수요 관리 대책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수송 부문을 포함한 중장기 미세먼지 감축 정책 제안을 오는 하반기 정부에 제시할 계획이다.

세종=박경담, 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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