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도 자동차' 판결 나왔지만…"보험이 없어요"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0.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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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근에 공용 킥보드가 배치돼 있다.  /사진=뉴스1(기사 내용과 관계없음)서울 강남역 인근에 공용 킥보드가 배치돼 있다. /사진=뉴스1(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전동킥보드 이용자도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동킥보드 시장 성장이 급격히 성장했지만 그에 맞는 보험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도 늘고 있어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동킥보드도 의무보험 대상" 판결 나왔지만…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박원규 판사는 지난달 전동킥보드 이용자 A씨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자동차는 이륜자동차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려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8조의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일부 공유 서비스업체가 보험사와 따로 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 개인 이용자는 무보험 상태에서 운행 중 사고가 날 경우 스스로 모든 비용을 처리해야 하는 구조다.



재판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진동킥보드를 의무보험 가입대상으로 판단하면서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시점에서 이용자들이 전동킥보드를 운행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동킥보드 사고 2년새 5배…보험상품은 사실상 無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공용 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공용 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동킥보드의 보험 문제를 서둘러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늘면서 동시에 교통사고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3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는 2018년 258건으로 2016년(49건)에 비해 2년 동안 5배 이상 증가했다. 피해액도 2016년 1억8350만원에서 2018년 8억8860만원으로 약 4.8배 늘었다.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2022년 20만~30만대 수준으로 커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동킥보드가 여가수단을 넘어 출퇴근 수단으로도 자리 잡으면서 앞으로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와 분쟁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전동킥보드 관련 보험 출시를 꺼리는 상황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동킥보드가 교통수단인지, 놀이수단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며 "자동차나 오토바이 보험은 예전부터 통계가 쌓인 반면 전동킥보드는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피해액 산정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시장 확대, 안전 문제는 어떻게?
전동킥보드 자료사진. /사진=머니투데이DB전동킥보드 자료사진. /사진=머니투데이DB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의 사고 위험이 적지 않은 만큼 보험 가입 의무화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전동킥보드가 의무보험 가입 대상이라는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이면도로나 교차로 등 도로 여건이 그리 좋지 않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날 경우 특히 위험하다"며 "다만 아직 전동킥보드의 번호판 등 기반도 마련되지 않았고 보험사도 난색을 보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고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 이용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점도 변수다. 이번 조치로 규제를 완화하면서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보험 의무화와는 방향이 다소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제호 책임연구원은 "면허가 없는 중학교 1학년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놓고 모두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 이용자 입장에서는 당분간 단체보험에 가입한 공유 업체 위주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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