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기관' 코스피 2100 돌파…"냉정하게 지켜보자"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6.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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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59.81p(2.87%) 상승한 2,147.00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92p(0.80%) 하락한 737.66, 원·달러 환율은 8.60원 하락한 1,216.80원에 장을 마감했다. 2020.6.3/뉴스1(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59.81p(2.87%) 상승한 2,147.00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92p(0.80%) 하락한 737.66, 원·달러 환율은 8.60원 하락한 1,216.80원에 장을 마감했다. 2020.6.3/뉴스1


코스피가 기관의 1조원 넘는 순매수에 힘입어 세 달여만에 2100선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상승장에 진입하며 소외업종 중심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이 이뤄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미·중 갈등 추이 등 외부 변수들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9.81포인트(2.87%) 상승한 2147.00으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10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 2월 25일(2103.61)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쌍끌이 매수로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94억원, 1조1585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1조3279억원 매도 우위였다. 기관 투자자는 지난 4월 6일(1조361억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코스피시장에서 1조원 넘게 사들였다.

업종은 대부분이 빨간 불을 켠 가운데 은행이 8% 넘게 올랐고, 철강·금속, 전기·전자, 증권, 운송장비 등도 4~6% 강세였다. 음식료품, 의료정밀, 서비스업 등만 1%대 약세였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는 그간 횡보하던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가 6% 넘게 올랐고, 현대차 (235,000원 ▲4,000 +1.73%), 현대모비스 (234,500원 ▼500 -0.21%)도 4~5% 상승했다. POSCO (386,500원 ▼3,500 -0.90%)는 7% 넘게 올랐다. 최근 상승세를 이끌어온 NAVER (182,400원 ▲1,700 +0.94%), 카카오 (48,600원 ▼500 -1.02%) 등 언택트(비대면) 관련주는 3% 약세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5.92포인트(0.80%) 내린 737.66에 마감했다. 개인은 3511억원을 순매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56억원, 2229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총 상위주 가운데는 셀트리온제약 (89,700원 ▼2,200 -2.39%)이 8% 가까이 급등하며 마감했고, 에이치엘비 (100,000원 ▲2,700 +2.77%)도 3% 넘게 올랐다. 최근 급등세를 보인 알테오젠 (168,400원 ▼7,800 -4.43%)은 24% 넘게 급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8.6원 내린 1216.8원에 마감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날 증시의 주인공은 소외업종이었다. 그 배경에는 1조원이 넘는 기관의 매수세가 자리했다. 이날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5267억원),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2185억원) 등 대형 반도체주, 현대차 (235,000원 ▲4,000 +1.73%)(567억원), POSCO (386,500원 ▼3,500 -0.90%)(447억원), 롯데케미칼 (97,300원 ▼2,900 -2.89%)(298억원) 등 전통 제조·소재업, KB금융 (63,700원 ▼300 -0.47%)(327억원), 신한지주 (41,750원 ▼150 -0.36%)(209억원) 등 은행주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업종은 최근 상승장에서 횡보하거나 소외받던 종목들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제보다 주가가 빠르게 회복한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변동장에서도 버틸 만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며 "펀더멘탈(기초체력) 흐름이 장기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원화 약세도 완화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투자자는 단기 지수보다 연말이나 내년 등을 고려해 매매하는데, 비중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귀환'도 상승장을 이끌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화 향방과 함께 외국인이 증시에 유입된 점은 고무적"이라며 "증시 주변부에 머물던 외국인이 들어오면서 한국의 상징성이 큰 반도체 대형주나 현대차 등에 자금이 쏠렸다"고 평가했다.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지금은 고평가를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통상 전문가들이 코스피 '고점론'의 근거로 삼는 이전에는 시가총액 상위주에는 포스코, 한국전력, SK 등이 전통 제조업 및 소재업체가 포진했는데, 지금은 네이버, 카카오 (48,600원 ▼500 -1.02%) 등이 자리하면서 한국 증시가 '나스닥화'됐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질적으로 다른 기업들이 시총 상위주를 차지하고 있는데, 과거를 보고 논하면 오판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전보다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더 높은 기업들이 상당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 센터장은 "2분기 실적이 바닥이라는 점은 확실하다"며 "코로나19로 언택트·플랫폼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이전보다 높아지고, 3분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전통 기업의 실적이 회복되면 전반적인 밸류에이션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 추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 센터장은 "미·중 갈등이 아직 봉합되지 않았고, 경제 활동 재개 이후 미국·유럽 코로나 사태가 다시 악화된다면 주가는 쉽게 흔들릴 수 있다"며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지만 단기적으로 고점에 진입할 것으로 판단하며, 현재는 추가 매수하거나 시장에 편승하기보다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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