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은 항공사·두산重에 소모한 실탄보강 제로(종합)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6.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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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출자 1.66조원 불과…항공사·두산重 지원으로 BIS비율 하락 자체 해결해야

산·수은 항공사·두산重에 소모한 실탄보강 제로(종합)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에 총 5조300억원을 추가로 출자·출연한다. 하지만 산은과 수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산중공업 등 기간산업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것에 대해선 재정보강을 받지 못했다. 향후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할 때 실탄 부족을 겪을 수 있다.

정부가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정부의 출자·출연 규모는 신보가 2조4300억원, 산은 1조6600억원, IBK기업은행 4900억원,수은 3800억원 등이다. 기술보증기금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도 일부가 배정된다. 정책금융기관 출자 대부분은 지난 4월22일 발표한 ‘135조+α 금융지원 패키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산은과 수은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산중공업을 지원한 것을 보강해주는 예산은 빠졌다. 산은과 수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에는 총 3조6000억원을 빌려 줬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지원금액이 두 은행에서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이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6월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지원자금을 기안기금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 경우 채권단은 자본확충 부담을 덜 수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금융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특히 바젤3 최종안 중 신용리스크 산출방법 개편안을 2분기부터 조기 시행하면 산은과 수은도 BIS(국제결제은행)비율 하락을 막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조기 시행으로 국내 은행 평균 BIS비율이 0.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도 바젤3 조기시행을 위해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산은과 수은의 BIS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산은은 추가 지원 없이는 연말까지 BIS비율이 12%를 위협할 정도로 정부의 자본확충이 절실했다.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요청한만큼 추경에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내년 본예산 등 향후 자본확충 방안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BIS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산은과 수은은 자금을 지원하면서 최대한 담보를 확보했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으로부터 두산큐벡스 141만1004주와 춘천연수원 토지 등 총 1조960억원을 담보로 잡았다. 담보를 확보하면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BIS비율 하락을 막을 수 있다.


수은은 두산중공업의 외화사채 5억달러 차환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자금인 수출촉진자금을 활용했다. 정부는 정책자금 확대를 위해 수은을 비롯해 산은과 기은에 97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기 때문에 정책자금을 활용하면 재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산은은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할 경우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할 방침이다. 이미 산은은 3월 이사회에서 올해 조건부자본증권을 4조원 이내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과 수은의 BIS비율이 어느 정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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