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묻지마 폭행이 일어난 서울역 /사진=뉴스1
이에 일각에서는 폭행에 더해 함께 목석처럼 지켜보던 택시기사들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좀체 인정 안돼온 '정당방위'도 문제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속되는 폭행에 도움을 주고 싶어도 '휘말리면 나까지 처벌된다'는 생각도 도움을 주춤거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처럼 타인이 입는 부당한 침해를 막으려다 가해자와 폭행에 휘말렸을 경우 정당방위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정당방위 자체가 잘 인정되지 않아온 것은 사실이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묻지마 폭행 등을 말리기 주춤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고 무작정 개입이 꼭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에도 안 주는 데에는 '개입했다가 나까지 쌍방폭행으로 처벌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한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병수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박사는 2014년 논문 '정당방위의 확대와 대처방안'에서 '1953년 형법이 제정된 후 60여년 동안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고작 14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들 역시 정당방위를 사문화된 조항처럼 여기는 상황이다. 시민 장모씨(29)는 "도저히 어쩔 수 없을 때에는 싸워서라도 자기를 방어해야 하는데 쌍방처벌이 된다고 생각하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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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당방위가 너무 무분별하게 인정돼도 과도한 보복에 이를 이용할 수 있어 문제"라면서도 "정당방위가 사문화되면 가해자들이 '피해자가 나 때려도 쌍방'이라고 생각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형법 21조의 정당방위 조문 내용 중 '현재의 부당한 침해'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같은 내용은 판사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매우 넓다"며 "대법원에서 현재의 침해를 언제부터 언제로 볼 것인지, 상당한 이유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인지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원에서도 정당방위에 대한 해석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구창모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최근 재판에서 자녀 문제로 폭행 당해 방어 차원에서 싸웠으나 오히려 상해 혐의로 기소당한 A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하며 ''싸움 나면 무조건 맞으라'는 인식을 심은 법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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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법률상 '현재의 피해'를 헤아릴 때 지속적 가해 행위로 현재까지 누적된 피해까지 계산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집 등에서 후퇴해야 할 의무가 없고 최후에는 방어적 수단을 택할 수 있다고 한 미국의 '후퇴의무배제법'을 참고해 제도를 바꿀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