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조선 팔릴까…"영국계 PEF 한곳 인수의향"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0.06.0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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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선조선/사진제공=대선조선


부산 지역 중형 조선사 대선조선 인수전에 영국계 사모펀드(PEF) 한 곳만이 참전했다. '연내 매각'을 공언한 수출입은행(수은) 등 매각 측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이 조선업황 회복을 계기로 중소 조선사인 대선조선 매각에 다시 나선다. 3년 전 매각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사전 예비인수자 선정) 방식을 채택, 매각 성공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3일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대선조선의 매각주관사 삼일PwC가 이날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은 결과, 영국계 사모펀드(PEF) 한 곳이 투자의향을 밝혔다.

LOI를 제출한 원매자는 앞으로 수주 간 실사 기간을 부여받게 후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다. 이후 매각 측이 적격후보로 인정하면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사전 예비인수자 선정)로 선정될 예정이다. 스토킹호스 매각은 예비인수자를 선정한 뒤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해 유효 입찰이 무산되면 예비인수자에게 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매각 측은 이후 공개경쟁입찰을 다시 진행해 스토킹호스 대비 더 좋은 매각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수은은 이 같은 절차를 종합해 대선조선 매각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시간표를 짰다.

대선조선은 1945년 설립 후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중소 조선사로 성장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조선업황의 부진으로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2017년 한 차례 매각이 추진됐지만, 원매자와의 가격 이견으로 불발됐다.

당초 업계에선 지난해 말 성동조선해양 매각 과정을 통해 중소 조선사에 대한 수요층이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대선조선 매각도 비교적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LOI 제출은 단 한 곳에 그치면서 다소 불안함을 남겼다. 그만큼 시장에 원매자 풀(pool)이 넓지 않다는 증거기 때문이다.


해당 PEF가 실제 인수 의사가 있는지, 조선업 운영 노하우를 보유했거나 이를 갖춘 SI(전략적투자자)와 협력할지 등이 매각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매각 측이 해당 PEF를 비적격후보로 판단할 경우도 문제다. 곧바로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지만, 제한적인 원매자 풀을 고려하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

대선조선 매각 결과는 이어지는 다른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의 성패에도 의미가 적지 않다. 올해 초 성동조선이 새 주인을 찾고 2년 만에 회생 절차를 마치면서 중형 조선업 재편의 첫 단추를 끼웠지만, 대선조선 매각 좌초 시 여전히 조선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차가운 시각을 확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서다.

산업은행(산은)·수은이 대주주인 중형 조선사는 STX조선해양·한진중공업·대선조선·대한조선 등 여전히 여러 곳이 남았다. 이중 대선조선과 함께 한진중공업은 매각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4월 국내 채권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가 보유한 출자전환주식에 대해 공동매각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본격적인 절차는 올 하반기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 성패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두 중형 조선사가 동시에 매물로 나온 점도 부정적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까지 보면 관심을 가진 원매자는 있겠지만, 두 조선사의 지역 경제 영향 등을 고려하면 실제 조선업을 지속해서 영위하며 충분한 자금력까지 증명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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