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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한마디에 길 닦고 현대 1달러에 공장 주고…"韓선 어림없는 일"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6.0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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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메이드 인 코리아]⑥전례없는 '리쇼어링' 대책이 온다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제조업 리쇼어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봉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소비시장과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제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짜인다. 대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전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중국 시안성 당 서기가 애로사항을 묻길래 지나가는 말로 '사업장 앞 도로가 조금 좁다'고 말했습니다. 한 달이 안 돼 새 도로가 깔리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삼성전자 부사장을 지낸 전직 임원이 중국의 기업 유치 정책을 소개하며 꺼낸 경험담이다. 이 임원은 "기존 도로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대답을 안 하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의례적으로 말한 것이었다"며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이 기업 현안에 이토록 민감하게 대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돌이켰다.

이 일화는 삼성전자 경영진에 곧바로 전해졌다. 당시 삼성전자 (52,700원 100 -0.2%) 내부에서는 "이런 일이 한국에서 있었다면 '대기업 특혜'나 '삼성 봐주기'라며 정경유착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사유재산을 금지하고 사적 이윤 추구를 엄격하게 금지하지만 기업 활동에 대해선 뜻밖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공산당 지도부가 판단해 '해야 할 일'이라고 정해지면 일사천리로 정책을 진행한다.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모든 수단이 지도부를 중심으로 총 동원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물가와 임금이 한국의 어깨 수준까지 오른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좀처럼 중국 공장을 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쏘나타의 엔진룸 조립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쏘나타의 엔진룸 조립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기업 유치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미국도 중국 못지않다. 미국에서는 '1달러'가 기업 유치 전쟁을 상징한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앨라배마주가 현대차 (98,300원 1300 -1.3%) 공장을 유치하면서 공장 부지 717만㎡를 단돈 1달러에 넘겼다. 조지아주도 1달러만 받고 기아차 (32,050원 450 -1.4%) 공장 부지 893만㎡를 25년간 빌려줬다.

앨라배마주가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 외국인에게 토지소유권 이전을 금지한 주 헌법을 개정한 것도 유명한 사례다. 당시 주지사와 주 정부 관계자들은 앨라배마 공장은 물론 현대차 한국 본사까지 찾아와 기업 유치를 시도했다. 2005년 현대차공장 준공식에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저명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또 하나 명물은 '현대길'이라고 이름 붙은 도로다. 앨라배마 주정부는 현대차 공장의 번지수를 한국의 울산공장 번지수와 같은 '700번지'로 배정했다. 조지아 주정부는 미국 대륙을 지나는 화물 철도 지선 하나를 기아차 공장 내부에 건립해주는 특별 배려를 했다.


미국 정부의 노력에 화답하듯 현대차는 지난해 말 앨라배마 공장에 4억1000만달러(약 46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가 이뤄지면 협력사 직원을 포함해 1만 2000여명의 추가 고용 효과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경제적 효과를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에서 노조에 시달리고 규제에 고민하다 미국에 오면 말 그대로 '기업 천국'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우리 정부가 기업 유턴 정책을 편다면 가장 먼저 기업이 고민 없이 일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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