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마트폰, 자동차에서 배워라

머니투데이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본부장 2020.06.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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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산업은 3년 전부터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수요가 성장하는 이머징 국가를 제외한 선진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교체주기 장기화로 수요가 줄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스펙 상향과 가격인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더 냉담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스마트폰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지켜봐 온 입장에서 지금의 스마트폰 업계는 자동차 산업에서 배울 게 많아 보인다. 이렇게 말하면 나름 자동차 산업보다 더 첨단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스마트폰 업계 사람들은 뭔 소리인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그 전통이 15년(피쳐폰을 합치면 더 길지만) 남짓한 스마트폰 역사의 10배에 달하는 15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긴 역사 동안 수많은 자동차 업체들은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담아냈으며 현재는 그 변화에 적응했던 회사만 살아 남아 있다.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보면 어떠한 자동차들이 있는가? 가장 흔한 게 세단이고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SUV, 자동차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카, 오픈카, 캠핑카, 오프로드, 픽업트럭 그리고 각종 산업용 트럭, 버스 등을 볼 수 있다.

소비자 요구 담아낸 기업만 살아남아
또 사용하는 에너지에 따라 휘발유차, 디젤차, 전기차, 도시가스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그 종류가 참 다양도 하다. 사람들은 디자인 취향에 따라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한 자동차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 한사람이 두 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게 된다.

먼저 세단은 가장 일반적이고 도시생활에서 가장 편한 차다. 스마트폰으로 비유하자면 갤럭시 S(자동차 브랜드로는 그랜저 급 정도)가 되겠다. 갤럭시 노트는 스타일러스 펜이라고 하는 특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약간 더 크고 고급이면서 편의장치가 더 좋은 제네시스라고 하면 될려나?


이런 세단을 늘 타면서 느끼는 바는 이러한 생활형 세단에 180km를 달리게 하는 파워트레인 시스템 성능이 정말 필요할까.

사실 내 차의 월평균 시속은 30킬로미터/아워(km/h)다. 주로 출퇴근 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끔 고속도로에서도 운행하지만 속도 단속 때문에 120km를 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저속에서 에너지가 효율적인 전기차가 더 효율적합할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갤럭시 S나 노트 유저들은 아마 전체 스마트폰 성능의 50%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플래그십 모델에 1억화소 카메라가 필요할까. 오히려 팔을 아무리 뻗어도 가족 3명이 셀카를 잘 찍을 수 없는 전면카메라가 괴로운 지 오래다. 화소수 경쟁보다는 소프트웨어를 더 잘 만들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화질에 만족하게 만들어야 한다.

얼굴의 온갖 잡티와 밉게 나오는 얼굴 사진이 아닌 산뜻한 피부색과 반짝이고 맑은 눈으로 찍히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즉, 세단 같은 표준 스마트폰에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멀티코어 AP에 12기가 바이트 디램(D램), 기존 LTE와 속도 차이도 잘 모르겠지만 잘 안터지고 비싸기만 한 5G가 필요한지 정말 의문이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경쟁력 키워야
그럼 대신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서 더 원하는 건 뭘까. 스마트폰 업계보다 훨씬 더 소비자의 니즈를 오래 연구한 자동차 업계를 한번 벤치 마크 해보자.

더 저렴한 가격? 좀더 긴 배터리 시간? 무선헤드셋이 내장된 스마트폰? 노이즈가 캔슬링? 스포츠카 같이 더 멋진 디자인?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서 한 개의 플래그십 모델을 만든다는 것은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변신 자동차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먼저 더 저렴한 가격의 스마트폰은 그랜저 이하의 모델격인 소나타와 같은 A시리즈 고급모델이 있고, 그보다 낮은 아반테 급엔 A시리즈 로엔드 모델(예전엔 J 시리즈)이 있으니 가격과 성능만으론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이미 충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보다 긴 배터리 시간을 위해서 플래그 십 모델을 뚱뚱하게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신 큼직한 기름통을 가진 SUV 같은 모델이 필요하다. 두께가 8미리냐, 9미리냐 경쟁에서 자유로운 대신 한번 충전으로 사용시간이 48시간 60시간이다는 것으로 경쟁하는 스마트 폰 세그먼트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1번 요구사항이 긴 사용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날씬한 세단보다는 다소 크더라도 편한 SUV도 필요하다.

소비자 중에선 디자인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 많다. 아이폰을 사는 이유 중 기능 보다는 디자인이 이유인 사람이 많다. 디자인에 보다 포커스를 맞춘 세그먼트가 필요한 이유이다.

스마트폰업계에 소형세탄에서 대형 SUV까지 필요
스포츠카 같이 예쁜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선 후면에 과도한 멀티 카메라들을 줄이고 멋진 디자인과 환상적인 색깔과 재료로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오픈카를 연상시키는 플립형도 좋은 소재다.

스포츠카를 타는 사람들의 니즈는 하나다. 나만의 멋진 스마트폰. 돈이 얼마든 구애를 덜 받는다. 다른 사람과 다른 스마트폰을 위해서 1주일 한달이 걸리는 주문제작도 기다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스마트폰 유저들 중엔 시속 300킬로로 달릴 수 있는 수퍼카 같은 스마트폰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게임유저들 또는 그래픽이 중요한 사용자들이다. 이들에게는 최고의 그래픽 성능과 디스플레이가 있어야 한다.

디자인과 두께 등 다른 건 희생할 수 있다. 컴퓨터 게임마니아들은 그래픽 카드만 80만원짜리를 사용한다. 이들에게는 이들만의 수퍼카 버전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최고 성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함께 최고성능 그래픽 칩과 메모리를 따로 넣은 스펙이 필요하다. 차차기 성능의 스펙을 적용하고 최고 성능 자동차와 브랜드 협업을 하면 좋지 않을까.

캠핑카 같은 스마트폰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면 필요한 기능을 스마트폰에 덧붙여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게 무선이어폰이다. 세단 같은 스마트폰에 무선이어폰을 내장시킬 순 없다.

하지만 그 니즈를 위해 디자인을 일부 버릴 수 있는 사람에게는 실용적인 핸드폰이 된다. 무선이어폰은 사용하려고 하면 없거나 방전되어 있기 일쑤라고 느끼는 사람에겐 매우 유용할 것이다.

30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고객에 맞춘 제품 다양화 필요
어떤 사람들에겐 프로젝터가 내장되면 더 좋기도 할 것이다. 표준 스마트폰에 모듈로 붙여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면 어떨까.

오프로드 같은 스마트폰을 원하는 유저도 있다. 야외활동이 많아 튼튼하고 방수 방진이 잘되고 스마트폰이 안터지는 지역에서는 워키토키 같은 기능이 되면 더 좋을 것이다. 잘 깨지는 커버 글라스 대신 교체가능한 플라스틱 커버를 씌워도 좋을 것이다. 이런 게 나오면 전세계 수천만 군인들과 여행족들은 다 이걸로 바꾸지 않을까. 아니면 한대 더 장만하지 않을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로 가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업체들의 모델도 더 다양해져야 겠지만 가격 정책도 보다 다양해 져야 한다. 세단형 기본형 모델은 불필요한 스펙을 지양하고 50만원 내외로 내리는 게 적당해 보인다.

그래야 스마트폰 보조금으로 2년~3년이면 부담없이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단형 미드엔드 모델은 30만원대면 충분해 보이고 이 정도면 통신사 보조금으로 공짜폰이 가능해진다.

대신 특화 기능이 있는 스포츠카, 캠핑카, 오프로드, 수퍼카 등에는 얼마든지 프리미엄을 받아도 된다. 스마트폰이 이렇게 다양해져야 스마트폰 매장에 가도 볼 것이 있고 사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업체들도 해마다 번호가 달라지는 스마트폰 신기종을 내기보다는 다양한 니즈에 맞는 모델을 내놔야 포화상태에 접어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표준모델에 나만의 옵션을 넣을 수 있게 하고 그걸로 높은 부가가치를 누린다. 색깔, 시트 종류, 부가 가능(엑서서리) 등등처럼. 스마트폰도 매장에는 표준모델만을 전시할 수 밖에 없겠지만, 매니아들 입장에서 특수 색깔 재료는 몇 주가 걸려 배달 받아도 상관없다.

자동차는 심지어 주문하고 6개월도 기다린다. 자동차 회사들은 추가적인 옵션에 황당한 가격을 매겨놨지만 소비자들 중에는 의외로 이런 부가 옵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이 추가 메모리 용량 옵션만으로 고수익 장사를 하는 배경이 여기 있다.

정창원 노무라 금융투자 리서치 본부장.정창원 노무라 금융투자 리서치 본부장.


노무라 금융투자 리서치 본부장 정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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