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쫓아내던 '수도권 공장총량제' 손댄다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2020.06.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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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메이드 인 코리아]⑥전례없는 '리쇼어링' 대책이 온다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제조업 리쇼어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봉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소비시장과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제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짜인다. 대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전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21일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EUV 전용 화성 'V1 라인' 가동에 이어 평택까지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며 모바일,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20.5.21/뉴스1  (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21일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EUV 전용 화성 'V1 라인' 가동에 이어 평택까지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며 모바일,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20.5.21/뉴스1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3일 발표한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에는 '리쇼어링(Re-Shoring, 기업 귀환)' 유도를 위한 대책이 비중있게 포함됐다. 리쇼어링을 결정한 기업이 원하면 수도권 입성을 허용해 주고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전 세계가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 대응과 경제 부흥을 위해 경쟁적으로 리쇼어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로 공장을 옮긴 우리 기업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확실한 '당근'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원하는 것을 좀 더 파악해 다음달 '파격적인' 리쇼어링 대책을 마련해 공개한다.



38년 기업투자 막던 수도권 대못 뽑힐까?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M14 공장 전경/사진=SK하이닉스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M14 공장 전경/사진=SK하이닉스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리쇼어링 지원 확대의 일환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공장 총량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리쇼어링 최대 난제 중 하나였던 수도권 규제 '대못' 하나가 뽑힐지 주목된다.

해외에서 국내로 발을 돌리려는 기업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생산시설 입지와 인력 확보다. 비용과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서울 근처, 수도권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공장총량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에 묶인 탓에 수도권 안에 생산시설을 짓는 것은 희망 사항에 그칠 뿐이다.



현행법상 수도권은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구분해 규제한다. 과밀억제지역은 공업지역 지정이 제한되고 성장관리·자연보전권역은 정부 허가를 받아 공장을 지어야 한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기업 쫓아내던 '수도권 공장총량제' 손댄다
이중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하게 하는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규제는 수도권 공장총량제다. 1982년 제정한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도입한 공장총량제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두고 해당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제도다.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공업지역의 위치변경만 가능하고 면적을 늘릴 수는 없다.

공장총량제 탓에 수도권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은 추가로 공장 증설을 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부시설을 임대해야 하거나 지방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 해외에서 돌아오는 기업들도 지금까지는 수도권 유턴은 꿈도 꾸기 어려웠던 것이다.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도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경우에만 지원해 왔다.


수도권 규제 완화 시동, "제한적으로라도 더 풀어야"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3차 추경 규모는 35조 3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11조 4000억원은 세입경정을 통한 경기대응 투자여력 확보를 위해 투자되고 5조원은 위기기업·일자리를 지키는 금융 지원에 쓰인다. 18조 9000억원은 고용·사회안전망 확충과 경기보강을 위해 투자된다. 2020.6.3/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3차 추경 규모는 35조 3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11조 4000억원은 세입경정을 통한 경기대응 투자여력 확보를 위해 투자되고 5조원은 위기기업·일자리를 지키는 금융 지원에 쓰인다. 18조 9000억원은 고용·사회안전망 확충과 경기보강을 위해 투자된다. 2020.6.3/뉴스1
정부는 일단 유턴기업 중심으로 수도권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정부는 이달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그동안 배제했던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턴 보조금의 경우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국비 200억원 한도로 사업비를 편성했다. 통상 유턴기업 1곳당 10~20억원 정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10~20곳의 유턴기업 발굴이 가능하다.

기업 쫓아내던 '수도권 공장총량제' 손댄다
이에 따라 첨단산업이나 연구개발(R&D) 센터에 한정해 최대 150억원 한도로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지방과 격차를 두기 위해 비수도권 유턴기업은 200억원 한도로 받을 수 있다. 중견·대기업의 국내 복귀 걸림돌로 여겨졌던 법인세·소득세 감면을 위한 해외 생산 감축량 요건도 폐지한다.

전문가들은 공장총량제 재검토 과정에서 정부의 보다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장의 신·증설 제한 규정을 조금만 완화해 주거나 반도체 등 수출주도기업 또는 최근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린뉴딜 관련 기업의 등에 한정해서라도 규제를 제한적으로만 풀어만 줘도 효과가 클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등에 포함된 리쇼어링 대책은 기존 법적인 제도에서 할 수 있는 내용만 포함한 것"이라며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리쇼어링 종합대책은 수도권 규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내용을 포함해 파격적인 내용일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도한 수도권 공장 입지규제 탓에 일부 공장은 증축을 못 해 생산라인이 뒤틀어지는 경우도 있다"면서 "생산성이나 인력 효율에 따라 기업들이 유턴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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