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미·중 금융갈등 ‘창과 방패’

머니투데이 정유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2020.06.03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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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의 China Story]미·중 금융갈등 ‘창과 방패’


코로나19 원인 제공을 두고 날을 세우더니 이젠 홍콩 국가보안법 때문에 미중의 갈등이 격심해졌다. 지난 5월28일 중국의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홍콩에 대한 ‘국가보안법’을 채택(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하자마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제재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우선 홍콩 국가보안법이 뭐길래 미국이 이렇게 반발할까. 홍콩 국가보안법은 ‘공산당정권의 전복과 국가분열을 도모하는 활동방지를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일견 홍콩 민주화운동을 막고 홍콩을 ‘하나의 중국’(一國二制度 폐지)에 편입하겠다는 정치적 결정인 셈이다. 하지만 중국에선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다. 국유기업뿐 아니라 대다수 민간기업에도 당 위원회가 설치될 만큼 정치의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도 엄청나단 얘기다. 따라서 홍콩을 통해 중국 및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확보하려는 미국 입장에선 결코 묵과하기 힘든 셈이다.
 
제재방침의 주요 내용은 뭔가. 전인대 바로 다음날(5월29일)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핵심 내용은 3가지다. 첫째, 홍콩 우대조치 폐지다. 미국은 홍콩정책법(United States-Hong Kong Act)에 따라 1992년부터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발급 등에서 홍콩에 특별대우를 보장했다. 이젠 중국 정부의 감시 및 처벌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에, 예컨대 미국 국무부의 여행권고 개정 등을 통해 홍콩에 대한 관세 및 여행 우대를 폐지하겠단 얘기다.
 
둘째, 범죄인인도조약 개정과 군사 및 민간부문에서 기술수출 규제도 검토한다. 민간기술 수출도 규제대상이 되면 홍콩을 통한 수출과 홍콩에서 비즈니스 활동에 타격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셋째, 중국에 대한 또다른 압박으로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조사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업이 장기간 미국의 핵심기술을 도둑질했다고 보고 모든 상장 중국 기업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지난 5월20일 상원을 통과한 ‘외국기업설명책임법’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외국기업설명책임법은 중국 기업이 미 당국의 검사를 거부하면 상장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해 자칫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퇴출 도미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어떤 영향이 있을까. 미국은 홍콩 우대조치 폐지로 중국에 큰 타격을 준다는 생각이다. 2010~2018년간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 중 홍콩 비중이 주식 75%, 채권 60%로 압도적이며, 2018~2019년 IPO(기업공개)도 홍콩이 세계 1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대만큼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홍콩의 대미수출 비중이 총수출의 8%로 낮은 데다 중국 실물경제에서 홍콩의 비중도 1997년 반환 당시 18.4%에서 지금은 2.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한 펀치 날릴 수 있는 결정적 한 수는 홍콩달러의 달러페그(연동)를 폐지하는 방안을 꼽을 수 있다. 홍콩달러가 기축통화인 달러와 연동돼 있으면 그만큼 환율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외환위험을 싫어하는 외국 기업들이 홍콩을 선호한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앞으로 이 제도가 폐지되면 홍콩에서 외국 기업과 인재유출이 가속화하고 그 경우 중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도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는 최근 중국 정부가 인민은행을 통한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꼼꼼한 분석과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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