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사건'까지 언급된 조국 조카 결심공판…"징역 6년 구형"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20.06.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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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사건은 존 세리카 연방 판사가 재판권을 통해 피고인을 상대로 진실을 말하도록 해 백악관과 연방 검찰청, FBI 등이 동원된 부정부패가 밝혀졌고 결국 오늘날 법치주의 확립에 도움이 됐다. 이번 사건도 행정부 내 최고 권력층의 부정부패 범행으로 (국민으로부터) 재판권을 분배받은 법원이 실체적 진실을 보고 법에 따른 엄정한 양형을 통해 법치주의를 세워 달라."



2일 조국 전 법무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6년의 구형을 하기전까지 약 40분의 시간을 들여 양형 의견을 밝혔다. 공소장에도 적었듯, 검찰은 조씨가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공모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재판을 사실상 '행정부 최고 권력층'에 대한 심판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권력형 비리 사건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한 이유다.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검찰 "정경유착의 신종형태"
검찰은 "피고인은 정치권력과의 검은 유착을 통해 상호 윈윈을 추구했고,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시켰으며, 고위공직자 임명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은폐함으로서 국민 주권을 침해했다"면서 범행의 기본 성격을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조씨는 조 장관 일가가 14억여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실소유주로, 코링크PE의 투자처인 2차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을 무자본 인수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또 허위공시 등 부정거래 행위를 하고, 정 교수와 허위컨설팅 계약을 맺고 회삿돈 1억5000여 만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도 받는다.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조씨가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위를 자신의 사업에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민정수석 배우자로 직접투자를 할 수 없는 정 교수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두고 "정경유착의 신종형태 범행"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정 교수는 조씨에게 거액을 투자하면서 조 전 민정수석의 지위를 사업상 활용기회를 제공하고, 그에 따라 강남건물 꿈과 부의 대물림이라는 꿈의 실현을 위한 기회이자 수단을 제공받았다"면서 "조씨의 범행은 권력과 검은 공생을 유착해 권력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고, 본인은 그 같은 유착관계를 이용해 사적이익을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평등의 원칙을 지켜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일반 국민들이 평등과 정의가 구현됐는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양형"이라며 "이 사건은 국가권력이 일반 국민을 상대로 이뤄진게 아니라 권력층 내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형사법 집행은 정부 내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추권은 행정부 내 법무부와 사법부에 있는데 이번 사건은 헌법상 권력 분립에 따라 행정부 내에 부패 세력에 대한 견제기능을 사법부가 수행하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터게이트 사건'까지 언급된 조국 조카 결심공판…"징역 6년 구형"
조범동 측 "정경심 재판 중간목표 됐다…책임전가 '급급'"
반면 조씨 측은 이번 사건이 사실상 조국 및 정경심 재판의 혐의 입증을 위한 '중간목표'가 돼버렸다고 반박했다. 범행에 있어 피고인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판단부터가 검찰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조씨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조국과 정경심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검찰의 중간 목표가 됐다"면서 "이에 따라 왜곡된 관점과 판단이 전제가 됐고, 이는 수사와 공소사실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따졌다. 조씨가 코링크PE를 실질 소유하고 WFM을 인수해 익성과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온갖 불법을 저질렀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변호인은 "검찰의 관점에서 보면 관련자들이 피고인에게 이용 당하거나 수동적 피해자로 보인다"면서 "이들이 책임 회피를 위해 과장된 허위의 진술을 하게 되고 검찰은 이를 근거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입증하려고 책임을 묻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가) 검찰 관점과 피고인의 관점 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에 따라 공소사실의 유무죄 입증을 위한 증거의 신빙성, 양형에 대한 판단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씨 측은 코링크PE의 실질적 운영자는 익성이라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익성 부사장인 이모씨가 코링크의 투자 회사 중 하나인 아이에프엠(IFM)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조씨와 논의한 정황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교수와의 금전 거래도 투자가 아닌 대여라는 입장이다. 조씨 측은 속행공판에서 검찰이 "그런데 왜 정경심 교수와의 대화에서 '투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느냐"고 묻자, 조 씨는 "돈을 움직이니 투자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목적성은 대여가 맞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

한편 조씨는 이날 최후진술을 통해 "조 전 장관 가족이라는 이유로 (혐의가) 부풀려져 한없이 억울하고 답답했다. 조국 가족이 아닌 제가 저지른 죄로 판단돼야 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매일 죄를 후회하고 있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도 했다. 조씨의 1심 선고는 오는 30일 오후 2시에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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