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지분 최대 5.3%...한진칼 BW는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6.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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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진칼 지분이 최대 5.3%(현재 발행주식 수 대비) 늘어난다. 331만주다. 한진칼이 3000억원 규모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결정하면서다.

BW 발행을 통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 3자연합과 지분 격차 축소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석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BW로 331만주(5.3%)의 신주인수권을 발행하고 이를 내달 16일 상장한다.

한진칼로부터 BW를 배정받은 투자자들은 '주식을 받을 권리'인 신주인수권을 이날부터 살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회장 측과 3자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 측이 BW 인수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계에선 BW 발행이 흥행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한진칼 주식은 최근 증시에서 가장 '핫'한 종목 중 하나다. BW를 주식으로 바꾸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만 해도 수익률이 연 3.75%다. 어지간한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높다.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측 3자연합 간 지분 대결의 한가운데 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한진칼을 장악하면 그룹 전체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선 조원태 회장이 지분 경쟁에서 이겼다. 3자연합은 주총 패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모으며 지분을 늘렸다.
플러스 지분 최대 5.3%...한진칼 BW는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현재 양측 지분율은 각각 우호지분을 합해 조원태 회장 측이 41.81%(추정), 3자연합 측이 44.82%다. 사실상 유통 주식의 87%를 지분 경쟁의 당사자들이 들고 있다. BW 발행으로 더 늘어날 수 있는 지분율이 5.3%다. 팽팽한 지분 구도로 볼 때 상당히 의미 있는 변수다. 양측이 BW를 사모은 뒤 신주인수권 확보에 나설 경우 지분율 경쟁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을 수 있다.

특히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3자연합이 조만간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자연합의 이 같은 공세 시점을 9월 정도로 본다.


이번 BW 발행에 따른 신주인수권은 7월부터 매매할 수 있다. 신주인수권을 확보하면 곧바로 한진칼 주식으로 바꿔 9월 이후 열릴 임시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의결권 인정 범위 싸움이 지분 경쟁의 승패를 갈랐다고 볼 때 양측 모두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BW 확보 경쟁의 변수는 현금 동원 능력이다. 조원태 회장 측은 딱히 실탄이 많지 않아 보인다. 3자연합도 최근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 2%를 추가 매입한 상황이어서 또 다시 대규모 BW 인수는 부담스럽다는 평이다. 게다가 1만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계산되는 한진칼 신주인수권의 가치는 더 비싸질 가능성이 크다.

한진그룹이 BW 발행을 확정한 만큼 앞으로 한진칼 지분의 추가 확대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BW 발행 시 생기는 신주인수권을 한진그룹 경영진이 대거 인수할 경우 3자연합과의 지분 격차를 더 줄일 수 있다"며 "실제로 한진그룹 임직원들이 BW 인수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주식이 발행된다면 이들 소액주주의 지지를 받기 위한 한진그룹의 행보도 빨라지게 된다. 당장 한진그룹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재무구조 및 지배구조 개선을 원활히 추진해야 한다. 일례로 서울시의 무리한 공원화 추진으로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에 관심이 쏠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과 서울시의 행정편의주의가 가뜩이나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대한항공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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