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韓유학생 대낮에 깜짝…"트럭이 시위대 덮쳤다"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06.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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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최루가스 속 격렬한 충돌을 하고 있다.  /사진=AFP·뉴스130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최루가스 속 격렬한 충돌을 하고 있다. /사진=AFP·뉴스1




"낮엔 시위도 평화 행진 위주고 돌아다닐 수도 있긴 한데 밤이 문제네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시작돼 미 전역으로 퍼진 흑인 사망 규탄 시위를 지켜본 양주영씨(29) 등 미국 유학생들은 1일 머니투데이에 현지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미네소타대 대학원생 양씨는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밤에 제일 큰 폭동이 일어난 뒤로 식당과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았다"며 "문을 열어도 낮까지만 운영하고 대중교통도 운영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낮밤 다른 미네소타…대낮 평화 시위도 점점 격화 양상
양씨가 거주하는 미네소타주는 이번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이 사건은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남부 파우더호른에서 비무장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를 백인 미국 경찰관들이 강압적으로 체포하던 중 목을 눌러 질식사 시킨 사건이다.

정치적·인종적으로 분열된 미국 사회의 공분이 커지면서 평화 시위가 점점 격화되는 양상이다. 외신들은 밤에는 도시마다 통행 금행금지령이 내려질 정도로 약탈과 방화 등이 반복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유학생들은 낮과 밤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전했다. 양씨는 "낮에는 인근 점포들의 깨진 창문을 널빤지로 덧대 시위대로부터 보호하는 작업을 인종 관계 없이 돕는 모습도 보인다"며 "밤의 폭동이 위협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다리 위에서 대형 트럭이 5000~6000명의 시위 군중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사진=로이터·뉴스1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다리 위에서 대형 트럭이 5000~6000명의 시위 군중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사진=로이터·뉴스1
하지만 대낮의 평화 행진도 격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날은 왕복 10차선 고속도로 다리인 'I-35W 대교'에서 평화 행진하던 시위대를 향해 대형 트럭이 달려와 고의로 덮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같은 날 ABC 뉴스에 따르면 시위대 중 인명피해는 없었다. 미네소타주 공공안전부에 따르면 트럭 운전기사는 부상을 입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양씨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 다니는 황지연씨(32)는 "시위 현장이 집 앞이라 발코니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탱크로리가 달려와 사람들을 덮쳤다"며 "간밤의 큰 폭동을 겪고 난 지난달 29일부터는 낮에도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말했다.



눈앞의 폭력사태에 '충격'…한인 사회 직접적인 위협은 아직
한인 유학생들은 시위가 격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인 사회를 직접 겨냥한 위협은 적어 보인다고 전했다.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의 배송은 좀 늦어진 불편함은 있지만 마트가 열 때 몇 주치 생필품을 사오는 등의 방법으로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네소타대 대학원 한인회장인 변태준(31)씨는 "한국에서 아직 심각하게 보도가 안 돼있는 것 같지만 현지에서는 폭력 사태가 눈앞에 벌어지니 충격이 크다"며 "유학생들 대부분 코로나19 때문에 집에만 있다가 최근엔 야간 외출까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씨는 "애초에 미네소타주는 아시아인 비율이 3% 정도로 적어서 한인 사회가 별도로 차별 받을 정도로 존재감이 크지 않은 면도 있다"며 "이번 시위 때문에 인종 차별이나 한인 사회에 대한 위협이 커지진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도심의 한 샌드위치 가게가 시위 여파로 오후 4시까지만 영업한다는 안내문을 써붙였다. /사진=독자 양주영씨 제공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도심의 한 샌드위치 가게가 시위 여파로 오후 4시까지만 영업한다는 안내문을 써붙였다. /사진=독자 양주영씨 제공
양씨도 "한인 교민들이 운영하고 있는 상점 4~5곳이 폭동 속에서 피해를 입었다고는 하는데 한인이거나 동양인이라 피해봤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수인종 운영(minority owned)', '유색인종 운영(colored owned)' 등을 써붙이고 시위를 지지한다고 써붙인 흑인 상점들까지도 같이 털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네소타뿐 아니라 시위가 번진 시카고, 뉴욕 등 다른 지역 한인 학생들도 현지 상황을 비슷하게 전했다.

뉴욕대 대학원생 권정시씨(29)는 "사실 동양인에 대한 혐오는 코로나19 때가 제일 두려웠고 그런 점 때문에 애초에 밖에 잘 안 나갔다"며 "또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한국에 돌아간 학생도 많아서 한국인 유학생들 자체가 주변에 많이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재확산·'비자 제한' 등 현실적인 걱정 더 커
유학생들은 오히려 코로나19가 재창궐할 것을 우려했다. 양씨는 "지금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뉴스는 다 사라지고 시위 얘기만 한다"며 "안 그래도 미네소타는 요즘 신규 확진자가 증가세였다"고 했다.

미국 정부의 인종 차별 기류가 이어져 비자 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걱정도 적잖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내내 해외 유학생 취업 제한 조치 등을 검토해 온 만큼 학업을 도중에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에 대해서도 지난달 29일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등 인종 차별적 시각을 나타냈다.

변씨는 "이미 코로나19 때문에 외국 학생 비자 문제가 불안해진 상황이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실제로 대사관의 비자 업무가 문을 닫아 비자 갱신을 못해서 지금 한국에 돌아가면 미국으로의 재입국이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내 시위는 75개 도시로 확산됐다. 25개 도시는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미네소타 등 12개 주에서는 주 방위군이 소집됐다.



※ 첨부한 [현장+] 영상 00:52 영상 출처 자막을 정정합니다. 해당 영상은 황지연씨(미네소타), 전현정씨(뉴욕 브루클린)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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