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숨은 보석…수명 다한 전기차 '폐배터리'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0.06.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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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배터리 셀을 검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배터리 셀을 검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중고 배터리(2차전지)에서 금을 찾는 격이다. '폐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차·수소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이 급격히 커진 여파다. 올 하반기 1400여개를 시작으로 2030년엔 폐배터리 시장이 연간 6만7210개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산업계의 관심도 집중된다. 현대차는 물론 삼성, SK, LG, 한화 등이 사업 진입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배터리 생산→전기차·수소전기차 탑재→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그린에너지 선순환 서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폐배터리 산업이 한국판 그린뉴딜의 중심에 설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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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공단은 2일 폐배터리 시장이 2030년까지 올해 대비 45.9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차전지 기술 발전으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폐배터리 시장은 이를 그대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

고도산업화시대에 이정도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폐배터리 산업은 수익과 환경 두 가지 측면에서 그린뉴딜에 최적화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단순히 쓰고 남은 전지 수준이 아니다. 전기차 생산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면서 각종 희유금속의 보고다.

폐배터리의 충전능력이 초기 대비 70% 안팎만 유지된다면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 등에 얼마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폐배터리를 재사용한 ESS는 단가가 신제품의 40~70% 수준으로 저렴하다.

재사용이 어려울 정도로 노후화된 배터리라도 하이니켈, 코발트, 리튬 등 값비싼 원자재를 추출해 쓸 수 있다. 최근 이차전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코발트는 품귀현상을 빚고 리튬은 가격이 3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폐배터리 성분 중 80%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폐배터리를 처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환경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폐배터리의 원료인 코발트, 니켈 등을 폐기·매립하면 환경에 치명적이다. 재활용이 '윈윈전략'이다.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1세대 전기차의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내에선 현대·기아차 등이 2014년부터 전기차 판매를 시작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이 5~10년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가 폐배터리 시장이 열리는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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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건 카운티 소재 테하차피에 북미 최대규모인  32㎿h(메가와트시)용량의 ESS를 구축했다. 사진은 테하차피 내부 ESS /사진제공=LG화학LG화학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건 카운티 소재 테하차피에 북미 최대규모인 32㎿h(메가와트시)용량의 ESS를 구축했다. 사진은 테하차피 내부 ESS /사진제공=LG화학
현대차와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화학, 한화솔루션(한화큐셀) 등이 앞다퉈 이 사업에 나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화큐셀과 OCI 등 국내 태양광 업계는 현대차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태양광 연계 ESS 사업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3인방도 올해 하반기까지 배터리 생산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까지 포함한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새로 구성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폐배터리 양극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LG화학도 호주의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엔바이로스트림과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르노삼성의 폐배터리를 수거해 ESS로 재사용하는 MOU를 체결했다. 삼성SDI도 폐배터리 활용을 위해 자동차업체 등과 협력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기술을 글로벌 2위 수준으로 평가한다. 가장 앞선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10년 전 전기차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법 규정을 마련하고 재활용 시스템을 표준화했다.

또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력을 가진 한국 중소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올해 하반기 폐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중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원료가 비싸지는 상황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은 비용 절감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글로벌 10위권 안에 국내 배터리 기업 3개사가 진출한 만큼 폐배터리 시장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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