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주사 'CVC' 설립 허용…"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이민하 기자 2020.06.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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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VC 펀딩 및 투자규모 /자료=CB인사이트글로벌 CVC 펀딩 및 투자규모 /자료=CB인사이트


정부가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허용하는 등 벤처투자에 대기업 자본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정부는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역동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CVC는 대기업이 자신의 자본으로 출자하는 벤처캐피탈(VC)를 의미한다. 금전적 이익을 위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모기업의 사업영역·방향과 유사한 스타트업에 투자해 향후 인수합병(M&A) 등으로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글 알파벳의 구글벤처스, 인텔의 인텔캐피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산분리 원칙에 막혔던 'K-오픈 이노베이션'
해외에 설립된 국내 대기업의 CVC해외에 설립된 국내 대기업의 CVC
하지만 국내 일반지주회사에는 CVC가 허용되지 않는다.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삼성벤처투자나 카카오벤처스 등 모그룹이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대기업만 CVC를 계열사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롯데가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라 CVC인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지주사 체제 밖에 있는 호텔롯데에 매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계열사 소속 투자사가 다른 계열사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계열사 산하 CVC의 한계를 꼬집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로막는 규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주회사인 SK와 LG는 국내 대신 해외에서 SKTVC,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 CVC를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대신 해외 스타트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유도하는 규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CVC 설립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논의하고 국회에서도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거쳐야 한다"면서도 "대기업 자본이 벤처투자 시장에 흘러들어올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업계 "CVC, 오픈 이노베이션의 컨트롤타워…규제 완화 환영"
벤처업계는 환영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지주사 산하 CVC는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결정·관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구조"라며 "수 많은 계열사들을 총괄하면서 계열사 간 사업 부문별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컨트롤타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벤처업계 관계자도 "M&A 등 사업적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현상이 분명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자본 유입 활성화만으로도 국내 벤처투자시장 자체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한 액셀러레이터 대표는 "경쟁력을 갖춘 대형자본이 벤처투자업계에 진입하면 벤처투자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CVC의 지배구조 규제나 외부자금 조달을 통한 펀드 조성 여부 등 민감한 부분이 남아있다"면서도 "벤처투자 시장에 활력이 생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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