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뉴스1) 김진환 기자 = 29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오정물류단지 내 쿠팡 신선센터 앞에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붙어 있다. 부천시 쿠팡물류센터와 관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현재 96명으로 늘었다. 지난 23일 첫 확진자 발생한 지 엿새 만이다.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 가운데 70명이 근무자였고, 이들의 접촉자가 26명이다. 방역 당국은 지금까지 근무자와 방문객 4,351명 가운데 3,836명을 검사했고 나머지에 대한 검사도 빨리 끝내기로 했다. 2020.5.29/뉴스1
특히 부천 물류센터를 매개로 다른 물류센터와 콜센터 등으로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하고 피해도 일파만파 커지면서 불매운동과 함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쿠팡=일본 기업’이라는 해묵은 국적 논란마저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물류센터 환경검체 검사결과는 달랐다. 공용 안전모를 비롯해 노트북, 키보드, 마우스 등 근로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장비 곳곳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근로자들이 감염위험에 노출된 채 일을 해온 것으로 쿠팡이 방역조치를 제대로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일일·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플랫폼 노동자를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플랫폼의 부속품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쿠팡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나서야 안내문을 공지한 것을 놓고도 비판이 일고 있다. 확진자가 나오자 관련 사실을 즉각 공지하고 고객의 불안감 해소에 적극 나선 마켓컬리와 비교된다. 늑장공지도 문제지만 내용도 공분을 사고 있다. 부실한 초기대응으로 사태를 키웠음에도 책임회피와 자화자찬에만 몰두해서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쿠팡의 안내문에 대해 “자신들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역시 그 상황 안에 들어있고, 같이 어려운 상황이다’란 식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축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상황에서도 ‘쿠팡 덕분에 코로나19 견딘다, 힘내라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라고 자화자찬을 하는데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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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쿠팡의 위기는 단기 급성장한 플랫폼 기업들이 흔히 빠지는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와 승자독식의 이분법적 시각, 이에 따른 과도한 성장 위주 경영 등이 잘못된 조직문화와 위기관리체계를 만들고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편견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누군가가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중)는 말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편견은 자신을 위험하게 만들고, 오만은 누군가를 위험에 처하게 할 뿐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책임은 우선적으로 직원의 안전과 행복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기업 공동체라면 누구든 말이다.
정부도 쿠팡 물류센터처럼 감염병 취약 사업장에 대한 방역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2~3개 일자리를 이어가는 플랫폼 노동자의 특성상 자칫 또다른 집단감염의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규직 직장인도 지키기 어려운 ‘아프면 쉬기’와 같은 방역수칙은 이들에겐 그저 허울 좋은 얘기일 뿐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선제적 감염병 관리를 위해 무작위 표본검사를 하려는 기업에 ‘풀링검사’(여러 명의 검체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진단법)를 지원하는 등 방역지원책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현재진행형이다. 이태원 클럽, 쿠팡 물류센터를 비롯해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도 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코로나19가 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기업도, 국민도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