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원, 양육비 액수 결정만해야…사용방법까지 정해선 안돼"

뉴스1 제공 2020.06.01 12:05
글자크기

양육비 사용방법 특정은 양육자 재량 지나치게 제한

대법원 전경.© 뉴스1대법원 전경.©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법원이 판결을 통해 양육비 액수를 정하는 것을 넘어서, 양육비의 사용방법까지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 중 양육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남편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내면서 딸 C양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자신을 지정하고 B씨가 양육비를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1심 판결은 A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면서 딸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A씨를 지정하되 B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했다. 양육비는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전까지는 월 50만원, 중학교 입학 때까지는 월 70만원,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월 9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양육비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변경했다. 2심은 A씨와 B씨에게 각 30만원, 50만원의 양육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투명한 양육비 관리를 위해 'A씨(C양)' 명의로 새로운 예금계좌를 개설해 그 계좌에 매월 자신이 부담해야할 양육비를 입금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A씨는 C양의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해당 계좌의 체크카드를 통해 지출하고 그 내역을 매년 분기별로 B씨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판결주문이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판상 이혼시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부모 중 일방은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가정법원은 상대방이 분담해야 할 적정 금액의 양육비만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 주문은 명확해야 하고 주문 자체로서 내용이 특정될 수 있어야 한다"며 "2심은 'A씨(C양)' 명의의 새로운 예금계좌를 개설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A씨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되 C양의 명의를 부기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A씨와 C양 공동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라는 것인지 의미를 명확하게 알수 없다. 게다가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된 사람은 A씨이므로 B씨에게는 이 계좌를 개설할 권한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같은 판결 주문만으로는 A씨와 B씨가 이행할 의무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특정됐다고 볼 수 없고, 이로 인해 당사자 사이에 추가적인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A씨는 C양에 대한 양육자로서 C양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C양을 양육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며 "그런데 2심 판결과 같이 양육비 지출을 체크카드로 지출하게 하는 등 양육비의 사용방법을 특정하는 것은 A씨의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육비 사용방법에 관해 구체적 사항에 대해 A씨와 B씨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예금계좌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분쟁을 예방하는 측면보다는 추가적인 분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